[김상철 칼럼] 회색 코뿔소’vs '회색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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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부국장
입력 2017-09-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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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김상철 前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중국의 푸젠(福建)성 샤먼에서는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있다. 선진국 G7의 대항마로 부상한 BRICS는 신흥국의 대표적 국가들로 구성된 또 다른 G5이다. 다소의 부침이 있긴 하지만 이들 5개국은 2000년 이후 경제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국가들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의 부상이 21세기 들어 세계경제 질서 논의의 장(場)을 G7에서 G20으로 옮겨놓기도 했다. 이들 국가 간에도 보이지 않는 경쟁 심리가 작동하고 있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중국이 구심적 리더 역할을 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오는 10월 18일 개최되는 중국 공산당전국대회에서 결정될 시진핑 제2기 지도부 출범을 앞두고 개최되는 이번 BRICS 회의는 중국의 리더십을 대외에 천명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 중국의 의도이다. 하지만 개막 첫날부터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행사의 뉴스 가치는 물론이고 중국의 체면이 많이 구겨졌다. 갈 길 바쁜 중국에게 호재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악재도 도처에 수두룩하게 깔려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올 BRICS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중국과 인도 간에 일촉즉발의 위기가 있었다. 국경 지역에서 양국 군대가 2개월 가량 군사적인 대치를 하면서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갔다. 가까스로 지난 8월 28일, 정상회담 5일을 앞두고 흐지부지 종결되었지만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분쟁의 빌미는 100여년 전 영국이 중국과 인도의 국경선을 어설프게 획정한 ‘맥마흔 라인’으로 설정한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을 경계로 중국과 인도의 국경선은 무려 3500Km에 달한다. 그리고 이 양 대국의 사이에 낀 티베트는 중국이 점령하게 되고, 반면 네팔과 부탄에는 인도의 영향력이 보다 크게 미치지만 중국을 끌어들여 지나치게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으려는 노력들이 지속되고 있다. 이들을 두고도 중국과 인도 간의 물밑 이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국교를 수립한 지 벌써 67년이나 되었지만 크게 작은 분쟁들이 끊이지 않고 있고, 실제로 수차례의 국지전에서는 군사력에서 우위에 있는 중국의 승리로 끝나기도 했다.

인도보다 30여년 앞서 개혁·개방을 추진한 중국이 경제력 측면에서도 인도를 압도하고 있다. 양국이 겉으론 서로 으르렁거리기는 하지만 경제적 격차 확대로 인해 인도 시장은 중국 상품으로 넘쳐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내수시장의 후퇴로 중국의 IT 대기업들이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인도의 유력기업들이 중국 자금에 팔려나가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인도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하면서부터 중국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으며, 중국식 성장 모델을 벤치마킹한 ‘세계의 공장(Make in India)'의 도약을 천명하고 나섰다. 인도는 국경 분쟁에 더하여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93개의 중국 상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극도의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을 넘어서거나 극복하지 못하면 인도 경제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듯한 처신이다. 실제로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7% 대로 중국의 6% 대를 넘어서고 있으며, 외국인투자 유치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 중국, 인도와의 분쟁 가까스로 해결하였지만 도처에 갈등 산적

흔히들 중국의 부상에 대해 용(龍)이라는 동물로 곧잘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하면서 잠재적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중국 경제의 상황을 ‘회색 코뿔소(Grey Rhino)’로 비유하기도 한다. 그림자 금융, 부동산 버블, 국유기업 부실, 지방정부 부채. 불법 대출·자금조달 등 눈 앞에 보이지만 극단적인 위기 수준에 이르기 이전에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위험을 두고 빗대어 하는 말이다. 코뿔소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위험 요소들이 언제 중국 경제를 들이받을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계획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끌어안고 있는 최대의 고민이자 시한폭탄이면서 위기 경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올라가 있는 형국이다. 시진핑 2기 출범을 앞두고 대외적인 정세도 중국에 그리 만만치가 않다.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를 만들어가려는 중국의 속내도 갈수록 꼬이기 있다. 미국의 전선을 흐트릴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북핵 이슈를 질질 끌고 가는 모양새다. 만약 이 전선이 정리되면 미국의 화살이 바로 남중국해의 인공섬으로 옮겨오기 때문이다. 여기엔 일본을 비롯하여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호주 등 많은 국가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다.

인도를 흔히 동물에 비유할 때 코끼리를 주로 연상한다. 잠자는 코끼리로 비하하면서 인도 경제는 영원히 깨어날 수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대세이었으나, 모디라는 불세출의 리더가 출현함으로써 경제가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국의 코뿔소와는 대조적으로‘회색 코끼리(Grey Elephant)'가 안정적 행진을 시작한 것이다. 제조업 대국을 기치로 내건 것을 비롯하여 IT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 프로그램도 본격 가동 중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을 주도하고 있는 인도계와의 연결은 물론 세계적 IT 관련 기업들의 인도 진출이 가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13억의 인구이지만 향후 3년 내에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이런 인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은 서로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인다. 인도 정부는 철저한 이해타산을 기초로 이들의 접근을 저울질한다. 그러나 국경, 무역 분쟁으로 껄끄러운 중국보다는 비교적 미국 편에 더 가깝다. 미국, 일본과는 가상 군사 훈련까지 함께 할 정도이다. 한편 인도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가 인도 주변을 훑고 있는 데에 대해서도 매우 심경이 불편하다. 국경을 마주하는 서로 덩치가 큰 나라들은 원천적으로 가까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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