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펀드 악순환 끊자] 관치펀드에 멍드는 금융투자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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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원 기자
입력 2017-08-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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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사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름이 깊다. 어김 없이 관치펀드를 내놓아야 한다. 심지어 당국이 펀드 보수체계까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성과라도 괜찮으면 모르겠지만 번번이 애물단지로 전락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자산운용사가 올해 상반기부터 성과보수펀드를 잇달아 내놓았지만 우려가 적지 않다.

성과보수펀드는 기본 보수를 크게 낮추고 수익이 나는 경우에만 추가 보수를 챙길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지금까지 손실이 발생해도 보수를 가져가는 바람에 불많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당국이 성과보수펀드를 밀어붙이면서 내세운 명분도 이거다.

그러나 전형적인 관료주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시장이 호황일 때 상대적으로 더 많은 보수를 내야 하는 성과보수펀드는 다른 상품에 비해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시장이 위축되면 펀드 자체가 매력을 잃는다.

펀드는 예금상품도 아니다. 손실 가능성이 있다. 대신 목표수익률을 높게 잡기 때문에 더 많은 전문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당국이 일방적으로 보수체계를 규제하면 상품도 질적으로 나빠지게 마련이다.

성과보수펀드는 기본 보수로 많아야 0.2%를 받는다. 아예 안 받는 경우도 있다. 이에 비해 일반적인 국내 주식형펀드는 0.7% 안팎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보수가 기존 펀드에 비해 절반도 안 되기 때문에 출시를 꺼리는 게 사실"이라며 "일부 회사도 당국 눈치를 보느라 구색 맞추기 식으로 내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직 출시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수익률이 초라하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전체 성과보수펀드 8개 가운데 최근 1개월(28일 기준) 사이 수익을 올린 상품은 하나도 없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자산운용사는 무일푼 신세가 된다. 상승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수익률이 좋아도 자산운용사가 성과 보수를 두둑히 챙기면 투자자들의 불만이 나온다. 어느 한 쪽도 만족시키기 어려운 상품이 성과보수펀드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아직 성과보수펀드를 출시하지 않았지만 새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부터 큰 부담"이라며 "의도 자체는 좋겠지만 운용사나 투자자 모두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과 보수를 운용사뿐 아니라 판매사인 은행, 증권사에도 나란히 적용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자와 직접 만나는 것은 판매사다. 하지만 판매사 입장에서는 성과보수펀드를 적극적으로 권할 이유가 없다.

새 정부 들어 주목받는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도 자칫 관치펀드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에서 사회책임투자를 언급했다. 연기금이 사회적인 책임까지 고려해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거다. 실제 새 정부 출범 후 SRI 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공성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SRI 펀드는 좋은 상품"이라며 "그렇지만 수익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정권 입맛에 맞춰 유행처럼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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