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사드(Thaad)와 韓·中·日 동상이몽(同床異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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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부국장
입력 2017-08-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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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김상철 前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한국에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한·중·일 3국간의 정치 지형과 국민 정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한·중 정부 간의 냉랭한 분위기 이상으로 양국 국민의 감정적 대립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소위 중국통(通)이라고 불리는 전문가들의 설 자리도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서점가에서 한동안 인기상품(?)으로 군림하던 중국 관련 출판물마저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그 자리를 4차 산업혁명 혹은 인공지능 등이 자리를 메꾸고 있다. 이것도 트렌드이다보니 언제까지 갈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역설적으로 비록 표면적이긴 하지만 중·일 간은 2012년 9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사건 이후 가장 우호적인 분위기로 반전되어 양국 정상회담 이야기까지 들린다. 중국 관광객의 일본 방문은 계속 늘고 있고, 중국 소비자들의 일본 상품 구매는 더 늘어나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한·일 간의 군사적 협력 무드는 고조되고 있지만 국민 간의 정서적 호감도는 여전히 팽행선이다. 다만 한국 관광객이 중국을 기피하는 대신 일본으로 방향을 더 틀고 있으나, 일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은 늘어나고 있지 않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현재의 이러한 구도가 가능할 것이라고는 거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변수의 중심에는 역시 사드(Thaad)가 있다. 사드 배치 결정 이전만 하더라고 한국과 중국은 유사 이래 양국 간의 관계가 가장 좋다고 평가하면서 서로를 치켜세웠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근래들어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중국 수입 시장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수위국으로 부상하였으며, 훨씬 많은 중국 관광객이 일본보다 한국을 찾기도 했다. 일본 기업은 중국에서 발을 빼는 반면에 한국 기업은 중국에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과 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노리는 전략이 한동안 유효하였다. 상대적으로 한·일 양국 간에는 상호 교역량이나 투자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서로가 상대 시장을 외면하는 국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본은 정치·경제적으로 미국과 더 가까워지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동남아 혹은 인도에서 만회하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밀월에다 북한의 위협까지 고려한다면 이러한 구도의 장기화가 자국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일본이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위기감에 봉착한 일본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댜오위다오 사건 1년이 지난 이후인 2013년 하반기부터 포착되기 시작했다. 소위 일본의 음모라고도 불려지는 이 책략은 세개 정도의 트랙으로 추진되었으며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나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켜 양국 경제 관계의 복원을 위해 일본의 재계(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경단련: 經團聯이 중심)가 지속적으로 움직여 왔다. 둘은 아시아 역내에서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당시 미국 오바마 정권의 관심을 아시아로 유도하는 것이다. 워싱턴 정가를 움직이는 엄청난 로비 활동을 통해 이에 성공, 미국의 ‘Pivot to Asia’정책의 결정체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지난 2015년 10월에 합의를 끌어냈다. 셋은 한국과 중국간의 밀월 관계를 떼어 놓음으로서 일본의 소외를 일시에 소멸시키는 일이다. 미국에 대한 일본의 외교적 로비가 먹혀 들어가면서 오바마 정부의 간접적인 압력 하에 2015년 12월 마침내 한·일 간의 위안부 문제 합의가 타결되었다. 이어 2016년 7월에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급속도로 이완되었고, 한·미·일 동맹 체제가 보다 굳건하게 복원되는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일본의 의도, 중국의 민낯을 파악했으면 우리도 카드를 써야 한다

2017년 미국의 정권이 트럼프 체제로 바뀌었지만 미국의 TPP 탈퇴를 제외하고는 아시아 지역의 정세는 큰 틀에서 일본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에도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러한 구도를 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더 기승을 부린다. 북한으로서도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한편 한·미·일 동맹 구도가 더 공고해진다면 중국이나 러시아도 전통적 동맹인 자신의 편을 들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러한 외형적 틀이 일본에게도 결코 나쁘지 않다. 전쟁 가능한 일본으로의 회귀라는 우파 정권의 헌법 개정 가능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동북아 안보 위기 상황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 개입을 통해 한국과 중국이 더 가까워지는 것을 사전에 봉쇄하고자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일본의 경제적 이익과도 부합한다. 한·중 간의 직접적인 갈등은 중국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반사이익을 늘려준다. 이는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 상품과 일본 상품이 서로 경합관계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댜오위다오 사건으로 쓴맛을 일본 기업들이 사드 배치에 따른 한국 기업의 손실을 자기 주머니에 쓸어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기각하면 다시 밀월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중국으로서도 미국이나 일본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한국의 절반을 자기네 편으로 꿀어들이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다. 명실상부한 G2, 즉 자신들이 내세우고 있는 미국과 대등한 신형대국관계라는 구도를 만들어가는데 한반도 문제가 첫단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서진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도 동쪽이 시끄러우면 성공하기 어렵다. 올 가을 시진핑 정권 2기 출범을 앞두고 있는 중국 정부의 속내도 편하지 않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통상문제로 확대될 시 중국 내·외부 경제에 동시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다시 경착륙이라는 리스크가 확대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인도를 비롯하여 국경을 접하고 있는 주변국들과의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일본의 정국 또한 요동을 치고 있다. 잘 나가던 아베 정권이 각종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 차기 주자들이 호시탐탐 총리 자리를 노리고 있는 판이다. 미국 트럼프 정권은 각종 구설수와 내부 잡음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북한의 도발과 같은 외부 현안에 대해 강력한 응징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많다. 우리도 안팎으로 현안이 첩첩산중이다. 금년은 한·중 수교 25주년이다. 사드 영향인지 협력 분위기는 실종되고 너무 조용하다. 일본의 간괴, 중국의 민낯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정부가 아닌 우리 재계나 학계 등이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보다 전면에 나서야 하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측면 지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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