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우파 야권 제헌의회 참여 거부…차베스 동상 파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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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8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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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흰옷 입고 반정부 시위…음악가들도 폭력 중단 호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의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위해 추진 중인 제헌의회 참여를 거부했다고 엘 나시오날 등 현지언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민연합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 마두로 대통령의 제헌의회 구성 시도를 '사기를 위한 절차'라고 주장하며 이같이 밝혔다.

MUD 소속 엔리케 카프릴레스 주지사는 "베네수엘라 헌법은 헌법 개정을 위해 국민투표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마두로 대통령의 제헌의회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정부가 이를 강행한다면 나라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권의 제헌의회 불참 결정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제도 개선을 위해 페루와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나온 것이다.

야권 지도자인 훌리오 보르헤스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5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했다고 소개하면서 펜스 부통령이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와 헌법 파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보르헤스는 같은 날 허버트 맥마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도 만났다. 백악관은 두 사람이 베네수엘라의 위기가 신속하고 평화적으로 결론 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마두로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이권을 노리는 미국의 물밑 지원을 받는 야권이 식품과 생필품난 해소 등 경제난과 정국혼란 해소에는 협조하지 않은 채 정부 전복과 권력 찬탈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은 오는 8일에도 의회에 정면 도전하는 교육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여는 등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에선 대법원의 의회 권한 대행 시도와 야권 지도자의 공직 선거 출마 금지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지난달 초부터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다.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음악가 등 수백 명이 폭력 중단을 촉구하며 평화 시위를 벌였다.

마두로 대통령이 최근 제헌의회 구성 절차를 강행하자 잦아들 기미를 보이던 반정부 시위는 다시 격렬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제헌의회 구성원 중 절반을 정치인이 아닌 장애인, 학생, 성 소수자, 노조, 원주민, 농민 등 각 분야 대표들로 구성할 계획이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제헌의회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500명으로 구성된다. 절반은 선거구에 비례해 선출된다.

앞서 지난 26일 서부 술리아 주에서 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이 파손되는 장면이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동영상에는 두 명의 남성이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례를 하는 모습의 차베스 전 대통령 동상을 부서뜨리려고 도로에 내동댕이치는 장면이 실렸다.

흰옷을 입은 수천 명의 여성은 전날 카라카스에 있는 내무부와 법무부 앞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대치 중인 군과 경찰에 흰 장미를 건네면서 강경 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penpia21@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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