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칼럼] 공유자전거가 만드는 중국의 거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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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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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재현(상하이교통대금융학 박사)]


요즘 중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형형색색의 자전거들이다. 거리 곳곳에 오렌지색, 노란색, 파란색 자전거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바로 공유자전거 업체의 자전거들이다.

2016년 초부터 공유자전거들이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일부 대도시에서 보이기 시작하더니, 매달 수십만대씩 공유자전거 수가 늘어났다. 현재 중국 50여개 도시에 약 300만대의 공유자전거가 운영 중이며, 베이징과 상하이에는 이미 50만대 이상의 공유자전거가 있다. 올해 안에 공유자전거가 3000만대로 증가할 것이 예상될 정도로 중국에서는 공유자전거 붐이 불고 있다. 덕분에 자전거 생산업체까지 예상치 않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자전거 생산업체의 생산량은 약 5300만대였는데 신규 수요가 3000만대 가까이 창출됐다.

공유자전거 운영원리는 간단하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고 나서 일정금액의 보증금(99위안)을 지불한 후 공유자전거 번호를 앱에 입력하면 자물쇠 비밀번호가 나온다.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사용하고 사용이 끝나면 아무 곳에나 주차하면 된다. 이용료도 1시간에 1위안(약 160원) 정도로 저렴하다. 자전거 앞에 있는 QR코드를 앱으로 스캔하면 자동으로 자물쇠가 열리고 사용시간이 체크되는 자전거도 있다.

중국 공유자전거업체의 대표주자는 모바이크와 오포(ofo)다. 선두주자인 모바이크는 지난 4월 14일 일일 이용건수가 2000만건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모바이크와 치열한 선두싸움을 하고 있는 오포도 지난 3월 일일 이용건수가 1000만건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공유자전거가 주목받기 시작한 지는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모바이크가 상하이에서 1000여대의 공유자전거를 풀면서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자본이 쏠리면서 사업확장 속도도 빨라졌다. 모바이크와 오포가 빠르게 대도시에서 공유자전거 수를 늘리면서 지금은 확실한 2강 국면을 형성한 상태다. 기업가치 역시 급증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두 업체는 자금조달을 계속했으며 기업가치 역시 불과 수천만 달러에서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했다.

오포는 16억 달러가 넘는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있으며, 모바이크의 기업가치는 오포를 넘어선다. 올해 4월까지 두 업체가 조달한 자금만 10억 달러가 넘는다. 이런 자금조달 속도와 벤처캐피털 업계의 공격적인 투자는 2014년 차량공유서비스인 디디(滴滴出行)와 콰이디(快的打車)가 텐센트, 알리바바로부터 앞다퉈 투자를 받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인 텐센트와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모바일 결제 확산을 위해서 차량공유서비스에 거액을 투자했고 양사는 보조금 지급 등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공유자전거업체의 경쟁도 소셜커머스, 배달음식, 차량공유 서비스에서 업체들이 벌였던 경쟁과 유사하다. 단지 경쟁이 진행되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을 뿐이다.

중국에서 공유자전거가 이렇게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유자전거는 중국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규모의 확장이 가능하고 수많은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중국 경제가 지금처럼 발전하기 이전 대부분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던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으니 환경보호라는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 업체의 수익구조도 단순해서 이해하기 쉽다. 중요한 것은 공유자전거라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냈기 때문에 기존업체의 이익을 뺏어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공유자전거 업체가 맞닥뜨린 도전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도전은 중국 정부의 행정적인 규제다. 이미 상하이, 톈진(天津) 등 일부 도시는 공유자전거 사용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1000대당 5명의 관리인원을 배치하는 규정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이 도입되면 공유자전거업체의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현재 오포는 1000대당 관리인원이 2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규정 도입 시 공유자전거 약 100만대를 운영 중인 오포는 자전거 관리인원을 3000~4000명이나 늘려야 하는 셈이다. 실제 베이징에서는 공유자전거 숫자 못지않게 자전거 관리인원도 늘었다. 도심에서 리어카에 공유자전거 여러 대를 싣고 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공유자전거는 외국에서 카피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시작된 가장 대표적인 혁신이다. 이달 중순 베이징에서 버스를 타고 창안제(長安街)를 지나갈 때 형형색색의 공유자전거를 탄 중국인들이 자유로워 보였다. 중국 공유자전거가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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