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징계 낮춘다 해도…끝나지 않는 세 가지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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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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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감독당국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키로 한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빅3' 생명보험사의 징계 수준을 낮춰도 끝까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세 가지 불씨가 남아있다. 

상장 보험사들은 전체 보험계약자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보험금을 지급하게 돼 배임 문제를 둘러싼 주주들의 줄소송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징계를 경감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처벌 수위를 놓고 보험사와 줄다리기를 하는 형국이어서 비난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빅3' 생보사가 지급하기로 한 자살보험금은 총 3322억원으로 이는 한 해(2015년 기준)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2조839억원)의 약 16% 규모다. 지급규모는 삼성생명이 1740억원(총 3337건 계약)으로 가장 많고 한화생명 910억원(637건), 교보생명 672억원(1858건) 순이다.

문제는 자살보험금 사태가 단순히 보험금을 지급하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애초에 잘못된 약관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해당 보험의 재해특약보험료도 받지 않았다. 받은 돈이 없는데 1년 수익의 20%에 육박하는 돈을 지출하다보니 이는 다른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부담은 물론 주주들의 이익에도 반한다. 때문에 상장 보험사의 경우 주주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앞으로 지급 사유가 발생할 수 있는 약관 오류 계약이 아직 250만건 이상 살아있다는 점도 보험사의 부담이다. 이 보험계약에는 자살도 재해사망으로 인정해 일반사망보험금의 2배를 받도록 명시돼있다. 특히 이번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이 중요한 선례가 돼 보험사들은 해당 보험 계약자가 자살할 때마다 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이 징계를 낮추는 것과 함께 이 약관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약관변경명령권'도 내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 문제를 보험사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법원이 주지 말라고 한 보험금도 줘야한다고 몽둥이를 휘두르는 판에 계약자에게 불리한 쪽으로 소급적용해야 하는 명령권을 발동할리가 있겠느냐"며 "이유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는 경제적 빈곤층의 자살을 정부가 부추기는 모양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사들에게 한국의 금융산업이 한 단계 퇴보했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은 아직도 '관치금융'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삼성생명을 포함한 '빅3'가 행정소송까지 가지 않았다는 게 너무나 의아하고, 이를 정의의 승리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황당하다"며 "한국 금융 산업이 필리핀 수준으로 퇴보했다는 걸 만천하게 드러낸 꼴"이라고 꼬집었다.

처벌 수준을 낮추는 것도 또 다른 비판을 가져올 수 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감독당국이 빅3 보험사의 처벌 수준을 낮추는 것은 판결이 끝난 재판에 대해 선처를 부탁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라며 "소비자를 우롱하는 비정상적인 거래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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