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MK 노하우’ 벤치마킹···골프카트서 車전장사업 성공 노하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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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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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부터 29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골프용품 최대 전시회인 ‘2017 PGA 머천다이즈 쇼’에서 공개된 E-Z-GO의 신모델 골프카트 ‘ELiTE.’ 이 제품에는 삼성SDI가 공급하 원통형 리튬이온전지가 탑재되어 있다.[사진=삼성SDI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삼성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골프카트 사업 경험’을 벤치마킹해 자동차 전장사업의 성공 노하우를 익힌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골프카트 선두업체인 미국 E-Z-GO의 신 모델에 원통형 배터리 팩을 공급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골프카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 세계 골프장은 약 3만4000여개에 이르고,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골프카트는 약 110만대 규모로 추정된다. 골프카트는 자체 시장 규모 못지않게, 후발 자동차 참여업체들이 실제 완성차 생산으로 도약하기 전 단계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MK, ‘승차감 좋은 현대차’ 골프카트로 구현
골프카트를 통해 완성차 노하우를 익힌 대표적인 최고경영자(CEO)로는 단연 정 회장을 꼽을 수 있다. 정 회장이 ‘나에게 아주 좋은 경영학습의 장이었다’고 회고할만큼 애정을 갖고 있는 현대정공(현대로템·현대위아 등의 전신)은 1989년 5월 자체기술로 개발한 골프카트 양산을 개시했다. 골프카트는 현대정공이 시작한 구동사업의 첫 작품이자, 국내기업이 골프카트를 양산한 것 역시 처음이다.

해외 선두업체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현대정공은 두 가지 차별화를 이뤄냈다. 먼저 정 회장은 골프카에 ‘독립현가장치’를 적용했다. 독립현가장치는 승차감을 좋게 해주는 장비다. 골프카트를 이용하는 골프장 이용객이 고급 자동차의 뒷자리의 편안함에 익숙했었다는 점에서 '승차감 좋은 골프카'에 대한 숨겨진 욕구를 끌어낸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골프카트의 핵심부품 중 하나인 소형엔진을 자체 개발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1988년 전담팀을 구성해 소형엔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는데, 소형엔진은 골프카트 이외에도 모터요트, 잔디 깎는 기계, 눈 살포기 등에 사용됐다.

골프카트 사업 노하우는 정 회장의 자동차 개발철학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는데, 지금도 현대·기아차는 승차감 향상과 독자엔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그룹 제공]


◆삼성 “자동차 사업 경험 학습 기회”
2015년 12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며 이 부문 사업 확대를 공식화 한 삼성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9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최대 자동차 전장업체인 미국의 ‘하만’(Harman) 인수를 발표하며, 전장사업을 단기간 본 궤도에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만은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 1위(시장점유율 24%), 텔레매틱스(차량에 탑재된 무선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2위(점유율 10%), 카오디오 시장에서 1위(점유율 1위)에 올라 있는 시장 선도업체다. 무선통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인 OTA(Over the Air) 솔루션에서도 글로벌 선두업체다. 하만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지난해 매출은 69억1000 달러(약 7조8660억원)였다.

인수 주체인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 하만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으로,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이 시기부터 전장사업에서 대규모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전장사업은 이 부회장이 주도하는 삼성의 신성장사업이다. 다만 전장사업 경험이 짧은삼성은 임직원 모두가 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1990년대 중반 완성차 사업을 추진한 바 있으나 벌써 10여년이 지난 터라 기술의 발전, 시장 변화를 꿰뚫는 시각도 무뎌졌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골프카트 사업 참여의 의미를, 삼성그룹 전제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자동차 사업 전반을 살피는 학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카트는 일반 자동차에 비해 기술 수준은 낮지만. 전체 생산과정은 비슷하기 때문에 제조 프로세스를 익힐 수 있다. 특히 저속 전기차는 골프카트로부터 발전했기 때문에 모빌리티 사업의 측면에서도 관심을 가져볼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 회장이 과거에 완성차 도전에 앞서 골프카트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모 회사인 현대자동차 제품과 차별화 한 자신이 꿈꾸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면서 “삼성도 정 회장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면서 자신이 구상하는 미래 자동차를 그려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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