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선 중국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그레이트 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12-19 15:4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맷 데이먼, 류더화 등 초호화 캐스팅 블록버스터급 영화…개봉 나흘새 박스오피스 5억 위안 돌파 목전

  • "장이머우 감독이 죽었다" "올림픽 개막식을 만리장성에 옮겨왔냐" 비판이 주류

  • 장이머우 "박스오피스로 영웅을 논하는 시대에 걸맞는 영화"

[사진=장이머우 감독 '그레이트 월' 영화포스터]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장이머우 감독은 이미 죽었다.”

최근 중국의 한 유명 영화평론가가 촛불 세 자루 이모티콘과 함께 올린 글이다. 장이머우 감독과 할리우드 배우 맷 데이먼과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영화 ‘그레이트 월(원제: 長城)’을 보고 나서 올린 영화 평이다.

영화 그레이트 월은 인류 역사 최대의 불가사의로 꼽히는 중국의 만리장성에 숨겨진 비밀을 쫓는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다. 중국의 화약조제 비법을 훔치러 온 유럽 출신 용병군이 마지막에는 중국인과 함께 힘을 합쳐 만리장성에서 탐욕스러운 괴수를 물리친다는 스토리를 담았다.

장이머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맷 데이먼, 류더화, 루한 등 초호화 캐스팅 출연으로 개봉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박스오피스 성적도도 나쁘지 않다. 16일 중국 대륙에서 개봉한 영화는 쳣날 박스오피스 1억6800만 위안을 기록하며 올해 개봉한 중국 영화 중 6위를 차지했다. 18일까지 사흘간 박스오피스는 4억 위안을 넘어서며 5억 위안 돌파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장 감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할리우드 영화 기법을 과감하게 도입한 판타지 영화로 중국 영화계를 대표적인 영화로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를 향한 독설이 압도적이다.  "이름값 못하는 감독에 할리우드 초호화 스타급 캐스팅, 연기력 없는 아이돌 스타, 삼류 스토리 등 망한 영화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장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공장에 입성했다", "스토리가 부실하다", "현실성이 없다", "올림픽 개막식을 만리장성으로 옮겨왔냐"는 등 영화에 대한 악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국 유명 영화 사이트인 더우반에서 영화 평점은 10점 만점에 5.4에 불과하다. 

장이머우 감독도 이미 이러한 악평이 쏟아질 듯 예감하고 있었다는 듯 사전에 이미 "뻥튀기식 영화다. 박스오피스로 영웅을 논하는 시대에 걸맞는 영화"라고 자조섞인 목소리로 말한 바 있다. 장 감독은 "내가 선택한 수 있는 길은 이러한 방식밖에 없었다. 만약 영화가 성공한다면, 특히 해외에서 성공한다면 의미가 깊다. 나는 그것만큼은 자신한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에서 장이머우 감독은 ‘논란의 중심’에 선 감독도 드물다. 그는 초기 작품에서 일반 소시민의 삶의 애환을 다루며 리얼리즘으로 어두운 현실을 비판했다. 1988년 중국 빈농출신 한 여인의 기구한 생애를 그린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장 감독은 '귀주이야기', '인생' 등 잇달아 중국 사회현실을 반영하는 문제의식을 갖춘 영화로 영화평론가들 사이에서 칭송받았다.

하지만 2002년 초호화 스타급 캐스팅과 수억위안대 제작비를 쏟아부어 만든 블록버스터급 영화 '영웅'을 시작으로 그의 앞에는 ‘상업화’ ‘흥행보증’ 심지어 ‘중국 공산당 선전 감독’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중국 영화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장이머우 감독도 “할리우드 영화로 중국 영화 관객이 줄고 있는 게 중국 영화계의 현실이다. 할리우드와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할 수 밖에 없다”며 “나는 시대가 요구하는 영화를 제작할 뿐”이라고 말한다.

관영 환구시보도 19일자 "장이머우 신작의 좋고 나쁨을 누가 결정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평론에서 "시장화 시대에 영화 제작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돈을 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론은 "아무리 엉터리 영화라도 돈을 벌 수 있다면 시장은 그것을 좋은 영화라고 본다"며 "영화평론가들도 칭찬하고 박스오피스도 좋은 영화가 나올 때 비로소 중국 영화계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중국 영화계의 현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