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VR 신세계' 어디까지···기계·인간 경계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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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1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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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정보과학부장]

전 세계가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의 마력에 흠뻑 빠졌다. VR시장이 열풍을 넘어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상상은 이미 현실로 되고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정신과 전문의 스킵 리초 박사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참전 용사를 위한 가상 체험 치료 시스템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환자는 중동 지역을 배경으로 10여 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당시 기억을 떠올린다. 연구팀은 전투화가 자갈을 밟는 소리, 군인들의 농담, 현지에서 들을 수 있는 새소리 등을 삽입해 현실감을 높였다. 반대로 기억 회상을 방해하는 데에도 VR이 쓰인다. 화상 환자들은 상처 부위를 치료할 때 종종 화상 당시 기억을 떠올린다. 이 경우 고통은 더 커진다.

미국 워싱턴대 하버뷰 화상센터에서는 눈밭으로 뒤덮인 VR을 보면서 치료를 받으면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VR에서 느끼는 실재감이 클수록 기억, 고통, 감정과 관련 있는 후대상피질이 활성화되면서 가짜 기억(눈밭)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뇌졸중 환자에게 HMD(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로 VR을 경험하게 하면, 죽어 있던 운둥뉴런을 재생하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등장한 'VR 저널리즘'은 점입가경이다. 최신 기술이 전통 언론과 결합하면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VR속에 들어가 뉴스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엠블러매틱 그룹은 최근 VR 저널리즘을 이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공개했다. 시리아 주택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다룬 '프로젝트 시리아'는 시청자들을 테러현장의 한복판으로 데려간다. 미국의 흑인 청년 트레이본 마틴이 이유 없이 백인에게 살해당한 사건인 '어느 어두운 밤'이나 멕시코 불법체류자가 미국 경찰에 폭행당해 죽은 사건을 재현한 '폭력의 사용'을 경험한 사람들은 소리 지르거나 눈물을 흘렸다. 과거의 일이 현재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와 닿기 때문이다.

저명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오는 2030년 현실과 VR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이며 뇌에 들어있는 기억과 정보가 다른 곳으로 이동이 가능해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허물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노기술과 생명공학의 발달이 VR과 융합하면서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변화가 눈 앞에 펼쳐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VR은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품고 있다. 이제 겨우 시각과 청각을 가상으로 덮을 수 있는 기술이 나왔을 뿐이다. 앞으로는 후각과 미각, 촉각, 움직임을 담당하는 기술이 개발돼 결합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페이스북과 삼성, 소니, 구글, HTC, 마이크로소프트 등 굴지의 IT 기업들이 앞다퉈 VR 기기와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VR시장은 올해 67억 달러(약 7조8360억원)규모에서 2020년 700억 달러(약 81조8650억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국내 VR시장 규모를 지난해 9636억원에서 올해 1조3735억원, 2020년에는 5조7271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 VR산업은 한쪽에 편중된 구조를 보인다. VR 기기 등 하드웨어 산업과 달리 소프트웨어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유통시장이 작다 보니 공급 자체가 미비한 편이다. 일부 두각을 나타내는 콘텐츠 업체도 스타트업 또는 1인 창조기업이 대부분이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초 200개 수준이었던 VR 관련 업체가 최근 1600개로 불어났다.

하드웨어에서 강점을 보여온 만큼 한국은 적극적인 콘텐츠 개발을 통해 VR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VR 시장은 앞으로 콘텐츠 주도로 넘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PC산업이 최초에 CPU와 하드디스크 등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성장해오다 결국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축으로 소프트업계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간 것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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