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성지순례 무산 위기...다시 얼어붙은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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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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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사우디 모두 '네 탓'만...IS 격퇴에 차질 빚을 수도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이란이 9월 예정된 성지순례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초 시행됐던 국교 단절 조치 이후 성지순례길마저 막히면서 이란과 사우리아라비아 간 관계가 극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알리 잔나티 이란 문화장관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두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성과가 없었다"며 "올해 하지(hajj·정기 성지순례)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 성지순례기구는 이같은 최종 결정 내용을 30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사우디와의 대화 여지를 한 번 더 남긴 것으로 보이지만 타결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사우디 외무부가 "이란의 제시한 하지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협상 결렬의 책임을 이란 측에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는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순례하는 행사로 이슬람 교도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종교 의무 중 하나다. 모든 무슬림은 일생에 1번 이상 의무적으로 하지에 참여해야 한다. 사우디가 지난 1월 이란과의 국교 단절을 선언한 뒤에도 무슬림의 주요 성지 순례지인 사우디 내 메카와 메디나의 성지 순례(하지·움라)에 대한 통행은 허용하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슬람 발상지로서의 종교적 권위를 바탕으로 하지 관리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잡고 이란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 수, 비자 발급 장소, 순례객 안전 대책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지난해 하지 참사 이후 순례객의 안전 보장 대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지 당시 메카 대성전에 있던 대형 크레인이 쓰러지면서 최소 111명이 숨지고, 메카 인근에서 치러진 종교 의식 도중에는 순례자들이 몰리면서 2000명 이상이 압사하는 인명 피해가 일어났다. 당시 이란은 자국민 464명을 포함해 모두 4700여 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었다. 

이란과 사우디 간 분쟁은 올해 1월부터 본격화됐다. 사우디가 시아파의 저명한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처형하고, 이에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방화한 뒤 양국 외교 관계는 단절된 상태다. 사우디와 이란은 각각 중동의 이슬람 수니파·시아파를 대표하는 나라다.

서방 국가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산유량을 두고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양국 간 사이버 공격 사례도 늘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 통계청과 우체국 등 정부 주요 인프라의 웹 사이트가 해킹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님르(Nimr·사우디 아라비아어로 호랑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사우디 출신 해커가 이란 언론의 웹 사이트를 공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간 갈등으로 인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격퇴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만 과격 무장조직이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과 사우디의 충돌로 시리아 사태 등 중동 유혈사태에 혼란을 가중시켜 난민 문제 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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