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신창재 “우리는 투덜이 스머프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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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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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교보생명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우리는 투덜이 스머프를 응원합니다.”

교보생명 본사 회의실에 걸린 포스터에 실린 문구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격의 없는 소통과 대화를 위해 어떤 불만도 털어놓으라는 뜻에서 만든 것이다.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CEO), 특히 오너 경영인이라면 반듯한 정장에 절차와 예의를 중시하고 상명하달의 경직된 문화를 중시하는 이들로 각인돼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이러한 시각을 바꿔 놓았다. 기타 치는 회장으로, 파티쉐(제과제빵사)로, 개그맨으로 변신해 직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다.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논리적인 설득보다 감성적인 접근이 더욱 효과적이다.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거리감이 해소되면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신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직원간 관계를 “내가 망원경으로 산을 본다면, 사원들은 산기슭에서 나무 하나하나를 아는 현장 전문가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걸 내가 건드리는 건 좋지 않다”고 밝혔다. CEO라면 직원 개개인의 능력을 파악하고 이러한 능력을 살려, 그 역량을 하나로 모아 회사 발전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임직원들과의 소통에 집착에 가까울 만큼 심혈을 기울이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산부인과 의사로 18년간 근무했던 신 회장은 아버지 대산(大山)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의 권유에 따라 1996년 5월 이사회 부회장으로 입사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마흔 셋. 먼저 시작한 이들은 업계에서 바닥을 잡을 시기에 CEO라는 새로운 길을 나서야 했다. 그만큼 부담감은 컸다.

입사 후 신 회장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경제, 경영서적과 신문을 읽고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경영자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회사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경영진은 물론 평사원들에게도 질문하고 설명을 경청했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신 회장은 “덕분에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경영에 필요한 자질을 배웠다”고 말했다.

늦게 시작했기에, 오히려 임직원들이 놓치고 있던 회사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2000년 회장 취임 당시 교보생명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다. 업계간 과도한 시장점유율 경쟁으로 인해 부실계약, 부실조직이 만연해 재무구조가 취약했다. 상명하복, 복지부동, 연공서열 등 관료주의 조직문화도 팽배했다.

“선친이 창업한 회사를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했다”는 신 회장은 “변화는 우리 자신부터 시작해야 한다. 임직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후 거의 매일 임직원들과 토론하고 전국을 돌며 직원들을 만났다. 직원들을 만날 때에는 칭찬보다 불만을 더 신경 써서 청취했다. 이들의 의견을 모아 2001년 12월 '2010년까지 동북아시아에서 브랜드 선호도 1위의 생명보험사가 되자’는 ‘비전 2010’을 발표했다. 방향을 잡고난 뒤 교보생명은 성장을 거듭했다. 취임 당시 3500억원 수준이던 교보생명의 자기자본은 2016년 7조원으로 15배 가량 증가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 270%로 글로벌 우량보험사 기준치 200%를 상회했다.

신 회장은 “주어진 시장 환경은 어느 회사에게나 똑같다. 누가 빨리, 효율적으로 혁신하느냐가 관건이다”면서 “경영자의 판단과 조치가 늦어지면 회사가 그만큼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금융, 보험산업은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실행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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