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황창규 “나를 칭찬하려거든 내 방에는 들어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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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3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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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58)

황창규 KT 회장[사진=KT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 2002년 2월,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ISSCO)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메리어트 호텔에서 중년의 아시아인이 연단에 올랐다. 그는 차분하지만 확신에 찬 어조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반도체 직접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하며, 그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 등 이른바 비(非) PC가 될 것입니다.”

유명한 ‘황의 법칙(Hwang's Law)’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이 전까지 반도체 직접도와 관련해 1년 6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철칙으로 받아들여졌다. ‘무어의 법칙’에 도전한 ‘황의 법칙’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지만 머지않아 이는 현실이 됐다.

‘황의 법칙’의 주인공인 황창규 KT 회장은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시장을 주름잡는 국가로 발돋움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1989년 황 회장은 ‘일본을 반드시 꺾겠다’는 각오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1980년대 말 스탠퍼드대 연구원 시절 만났던 일본 히타치연구소 부소장은 그에게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20년이 지나도 일본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황 회장은 삼성에 입사한 지 5년 만에 일본의 오만한 콧대를 꺾었다. 1994년에 그가 이끄는 개발팀이 일본보다 앞서 256MD램 개발에 성공한 것. 마침 256MD램 개발을 대외에 공표한 8월 29일은 경술국치일이었다. 연구결과에 대해 일본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국제학회와 미국 HP의 호평에 일본은 한국의 기술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세계 반도체시장의 주도권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왔다.

황 회장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의 사무실은 그를 무조건적으로 칭찬하는 사람들에게는 출입 불가의 공간이다.

“내 사무실에는 나를 칭찬하는 사람은 못 들어오게 한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나가라고 발로 찬다. 내 사무실에는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만 들어오게 한다.” ‘예스(Yes)’보다 ‘노(No)’를 신뢰하겠다는 뜻이다

2009년 삼성전자를 떠나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국가 CTO), 성균관대 석좌교수를 거친 황 회장은 2014년 KT 회장에 취임하며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세계 반도체시장을 좌지우지했던 황 회장임에도 KT의 수장으로 부적합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새로운 목표와 비전인 ‘기가토피아(GIGAtopia)’, ‘글로벌 1등 KT(Global No.1 KT)를 제시하며 침체됐던 KT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15년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5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황 회장은 5G가 선사할 미래상과 5G 시대의 한국의 역할을 제시했다. 그는 ‘5G, 새로운 미래를 앞당기다(5G and Beyond Accelerating the future)’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빠른 속도, 끊김 없는 연결성, 방대한 용량을 갖춘 5G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생활을 혁신시킬 것이라고 전망해 참석자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2002년 ‘황의 법칙’이 PC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변화를 촉발했다면, 2015년 ‘5G 혁신’은 글로벌 IT 산업의 판도 변화를 진단하고, 그 중심에 5G라는 이전 세대와 다른 네트워크가 있다는 것을 통찰했다. 황 회장은 5G 기술선도를 통해 한국을 ‘모바일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자 지금 이 시각에도 고민하고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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