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바이엘·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의도적으로 원가 높여 본사만 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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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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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DB]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잘 나가던 외국계 제약사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다. 바이엘코리아·한국노바티스 등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혹독한 구조조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매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를 전후해 다음해 1월 1일까지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 해 사업을 마무리하고 숨을 고르는 시기다. 임직원들에게도 이 시기는 꿀같은 황금연휴다.

하지만 최근 2~3년 동안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이 연말에 집중되면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한 병원 매출 급감과 주요 제품의 특허 만료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구조조정의 폭이 한층 더 커졌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이엘코리아는 최근 팀장급에 대한 권고사직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을 빚고 있다.

회사 측은 이달 여성건강사업부 팀장 7명 가운데 3명을 권고사직시켰다. 하지만 노조 측은 권고사직 대상자의 영업성과가 좋고, 사직할만한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 일방적으로 해고했다고 밝혔다.

실제 노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3~4년 동안 전체 직원 600여명 가운데 절반인 300명 정도가 퇴사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명분없는 조치로 조직원으로서 느끼는 불안이 크다"며 "막상 정리해고를 단행한 회사 경영진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노바티스도 2년만에 인력 감축을 위한 조기퇴직보상프로그램(ERP)을 가동했다. 이달 초 시행된 ERP는 1년차 이상 임직원이 대상이다. 근속년수의 2배에 8개월을 더해 최대 48개월분(기본급 기준)+α를 보상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보상금이 기본급으로 책정되어 있어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국화이자와 한국릴리, GSK 등도 같은 방법으로 인력을 줄였다. 한국화이자는 최근 컨슈머헬스케어사업부 등을 축소하면서 60여명을 감원했고, 한국릴리도 지난달 조직 개편 과정에서 30여명을 구조조정했다. GSK 한국법인도 올 초 경영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ERP를 통해 170여명을 내보냈다.

글로벌 제약사의 구조조정이 올해 더욱 혹독한 이유는 쎄레브렉스(화이자)·시알리스(릴리) 등 대형 의약품의 특허 만료와 국내 약가 인하 조치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신약 기근 현상으로 대형 품목을 대체할 새로운 신약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는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너무 잦은 인원감축으로 직원들이 고용보장의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매년 연말을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다"며 "회사를 위해 뛴 직원들을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고, 의문을 제기하는 직원들을 죄인 취급하는 것이 과연 글로벌 기업의 윤리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본사에 보내는 배당금은 여전

외국계 제약사들은 이 같은 구조조정을 실적 악화로 인한 몸집 줄이기라고 항변한다. 한국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악재로 인해 올해 실적이 나빠 인력 감축은 불가피한 조치라는 얘기다.

실제 이들의 영업이익률은 연간 수 천 억원대에 이르는 매출 규모와 비교해 볼 때 턱없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화이자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6283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을 올리며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이 2%대에 그쳤다.

바이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도 3341억원, 영업이익 12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다. 한국노바티스 역시 같은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544억원, 20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에 불과했다. 한국 GSK도 지난해 매출액 3994억원에 14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국내 상위 5개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 내외다. 영입이익률이 낮기로 유명한 한미약품 역시 5%대다. 국내 기업보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글로벌 기업이 터무니 없이 낮은 영업이익률로 한국 사업을 영위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들이 책정한 매출 원가율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화이자 제약은 지난해 매출액(6283억원)의 70%에 해당하는 4384억원을 매출원가로 지출했다. 이는 전년도 매출원가율인 67%보다 3% 포인트나 높이진 수치다.

바이엘코리아와 한국노바티스 역시 지난해 매출원가율이 각각 65%, 66%을 기록했다. 한국 GSK도 지난해 매출원가율이 59%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해 1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는데도 불구하고 매출원가율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때문에 업계는 이들이 매출원가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한국법인의 영업이익률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수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같은 편법은 대기업이 내부거래를 이용해 주력상장사의 이익을 비상장사로 옮길 때 자주 등장한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낮으면 경기가 어려울때 본사 입맛에 맞춘 구조조정이 쉽고, 한국 정부의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이 같은 방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사들은 미국이나 영국 본사의 매출 원가율인 20%수준보다 3배 이상 높은 원가를 책정해 한국 시장에서 지나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이익률을 높여 배당금을 많이 받는 방법에 대한 한국 여론이 악화되자 아예 제품을 사오는 과정에서 이익을 낼수 있는 새로운 편법이 등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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