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주파수 삼국지... 세계전파통신회의는 주파수 확보 위한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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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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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에서 2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세계전파통신회의(WRC-15)' 회의 모습. (사진=ITU)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지난 11월 한달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전파통신회의(WRC-15)는 그야말로 주파수 확보를 위한 전쟁터였다. 자국이 필요한 주파수 대역을 지키거나 확장시키기 위해서다.

"이번 회의도 세계 각국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ICT 기반 산업의 각축장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전성배 미래창조과학부 전파정책국장은 23일 "WRC는 다른 국제회의와 달리 외교적 수사가 없으며, 자신이 원하는 주파수 대역을 반영시키기 위해 서로를 공격하는 자리"라고 이같이 설명했다.

회의장을 잠시라도 비우면, 그 국가의 주장을 반박하는 또 다른 국가가 목소리를 높이며 그 대역을 빼자고 주장해 실제로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전 국장은 "밥을 안먹고 끝까지 자리에서 버티는 사람의 주장이 채택되는 회의"라며 "이것을 한 달 동안 진행하니 마치 전쟁터와도 같다"고 강조했다.      

논의 과정에서 각국이 주장하는 주파수 대역을 설명하다보니 그들의 주력사업을 위한 주파수 활용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다반사다.

한국은 고주파수대역을 활용한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논의를 주도해 차기 회의 의제로 채택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세계 최초로 시범서비스를 시연하기 위한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해외수출이 활발한 고속철도용 주파수 대역의 확보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중국은 터키 고속철도 차량 수출을 시작으로 러시아, 미국,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싱가포르 등에 잇달아 고속철도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전 세계를 달리는 자국 고속철도를 제어하기 위한 넓은 대역의 주파수 확보에 목을 매는 이유다.  

일본은 지능형교통시스템(ITS)용 주파수 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파나소닉 등 국내 업체들이 자동브레이크 시스템에 이용될 차량탑재용 주파수 레이더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차량탑재용 주파수 레이더는 세계적으로 76~77GHz 대역이 이용되고 있으나 폭이 좁아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국가 간 고대역 위성주파수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그 동안 러시아, 중국, 이란 등 공산진영과 미국, 한국, 일본, EU 등은 위성대역을 용도와 대역을 달리해 이용해왔다. 

전 국장은 "자유진영 국가의 이동통신 수요가 폭증하고 5G 기술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넓은 주파수폭을 이용할 수 있는 고대역 주파수 이용을 주장하게 됐다"면서 "이제까지는 고대역 주파수를 기술이 없어 사용하지 못했지만, 기술 극복이 되면서 활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러시아, 중국, 이란 등은 이 대역을 그대로 두자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위성의 활용도가 여전하고, 이 대역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전 국장은 "WRC의 큰 싸움은 위성대역을 지키려는 진영과 그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하려는 진영 간 싸움"이라면서 "4년 뒤 열릴 WRC까지 각 국의 주파수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전파통신회의(World Radicommunication Conference)
세계전파통신회의는 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부문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3∼4년 간격으로 개최되며 '전파'라는 유한한 자원을 각 나라가 지리적, 대역별로 적정히 분배하는 '무선통신 분야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세계전파통신회의의 결정은 국제법적 효력을 갖기 때문에 각국의 전파통신, 방송정책 관련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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