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제네시스 EQ900, '녹색지옥'을 제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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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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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EQ900이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달리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아주경제 (뉘르부르크링)임의택 기자 =“한번 서킷을 타면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을 거예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서쪽으로 170㎞ 떨어진 뉘르부르크링 서킷에 들어서자 현대차 홍보팀 직원이 건넨 말이다. 2년 전 제네시스(DH) 시승회때 고속주행을 했더니 힘들어하는 기자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어찌나 코스가 험한지 스코틀랜드 출신의 전설적인 레이서 재키 스튜어트가 ‘그린 헬(녹색지옥)’이라 불렀던 바로 그곳이다.

기자는 지난 13일 DH의 상위모델인 제네시스 EQ900를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시승했다. 직접 몰아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아 테스트 드라이버가 모는 차에 동승해 체험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1년부터 이곳에서 신차 테스트를 시작했고, 2013년에는 현대차 센터를 오픈하며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이 서킷에는 BMW, 재규어, 애스턴마틴, 굿이어, 브리지스톤, 요코마하, 아우디, 오펠 등 다양한 업체가 입주해 신제품 테스트를 하고 있다.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 이대우 차량시험팀 책임연구원은 “독일 ADAC의 설문조사를 보면 신차 구매자들은 성능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면서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신차개발에 좋은 여건을 갖춘 데다, 이곳에서 검증받은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현대차 제공]


이번 시승회에는 EQ900 테스트카 2대와 기아 씨드(유럽 현지 판매 모델), 기아 스포티지, 현대 쏘나타 등 5대의 차가 동원됐다. 처음 타본 차는 기아 씨드. 한국에서 만나기 어렵고 폭스바겐 골프의 라이벌이어서 평소 관심이 가는 차였다.

씨드는 수동변속기에 뒷좌석 유리도 수동식이다. 유럽 현지 모델임은 이 두가지만 봐도 드러난다. 1세대 씨드를 한국에서 타봤던 기억과 비교해보면 승차감과 핸들링이 상당히 개선된 느낌이다. 1세대 씨드는 서스펜션을 너무 단단하게 셋업한 나머지 튀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에 탄 차는 단단하면서도 승차감이 꽤 훌륭했다. 코너에서 다소 과격하게 몰아붙여도 차체의 롤링(좌우 쏠림현상)이 적게 느껴졌다.

이어서 탄 차는 EQ900. 두 대의 차 중에 롤 케이지와 레카로 시트를 장착한 차다. 나머지 한 대의 차는 이 두 장비가 없다.

레카로 시트에 앉으니 드라이버가 4점식 시트벨트를 매준다. 경주용 차도 아닌 최고급 세단에 레카로 시트와 4점식 시트벨트를 장착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입이 바짝 말라가고 천장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EQ900의 주행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와 비교해도 좋을 만큼 차체 강성과 주행안전성이 훌륭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상품 측면에서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8단 자동변속기의 수동 모드는 패들시프트로만 조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왜 변속기 레버에 수동 모드를 없앴을까’하고 궁금했는데, 동승해 테스트 드라이버의 운전을 보니 이유를 알 것 같다. 고속주행에서는 패들시프트가 훨씬 빠를뿐더러 편하기 때문이다. 변속기의 직결감과 정숙성도 훌륭했다. 차는 빠른데 변속되는 느낌이 거의 없었고, 차안에서는 타이어 마찰음만 들렸다. ‘도서관 수준의 정숙성’을 내세우는 렉서스 LS와는 약간 다르게 스포티한 엔진음이 살짝 들리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20.8㎞ 길이의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EQ900을 하루 30바퀴씩 테스트하고 있다. 지난 8월에 이곳으로 온 EQ900은 두달 만에 주행거리 1만㎞를 넘겼다. 이대우 팀장은 “이 서킷에서의 1만㎞는 일반도로를 18만㎞ 달리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귀띔한다.

뉘크부르크링 서킷은 남쪽에 있는 5.148㎞ 길이의 그랑프리 서킷과 북쪽에 있는 20.832㎞ 길이의 노르트슐라이페로 나뉜다. 기자가 이번에 체험한 곳은 노르트슐라이페로, 1927년 완공된 곳이다. 고저차이가 300m에 이르고 급경사가 반복되며, 1976년 F1 레이서 니키 라우다가 경기 도중 전복사고를 당할 정도로 코스가 험난하다. 가혹한 주행 탓에 매일 타이어와 디스크, 패드를 교환해야 하고, 엔진오일도 이틀에 한번 꼴로 바꾼다.

이런 조건을 갖춘 덕에 애스턴마틴, 포르쉐, 페라리, BMW, 아우디, 다임러 등 대부분의 고성능 브랜드들이 테스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신차 테스트는 뉘르부르크링의 IP(Industry Pool)에 등록된 44개 업체만 가능하다.

현대차는 이곳에 세운 유럽연구소 시험센터에서 2세대 제네시스(DH)의 주행성능을 다듬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EQ900은 이곳 외에도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과 데스벨리, 스페인 그라나다, 오스트리아 그로스로크너 등 다양한 곳에서 EQ900을 테스트했고, 그 과정에서 900여회에 걸쳐 ESC, 타이어, 부싱, 쇼크옵서버 등을 교체하고 튜닝했다.

이대우 책임연구원은 “이곳에서는 30만km 주행 후에도 우수한 성능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며 “EQ900은 경쟁차보다 상당히 우수한 성능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테스트 결과를 이곳에서 160㎞ 떨어진 뤼셀스하임의 유럽 기술연구소와 한국의 남양연구소를 통해 보내 양산차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WRC의 고성능차 기술이 남양연구소로 보내져 양산화 작업을 거치고, 해당 기술이 뉘르부르크링에서의 검증을 통해 최종 점검되고 있다”면서 “고성능 브랜드 ‘N’ 모델은 현대 브랜드뿐 아니라 제네시스 브랜드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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