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역에 미군 함정이 진입한 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청와대는 정부 대응 기조에 대해 국제규범에 따른 평화적 해결 원칙과 역내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8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중국해 지역은 우리 수출 물동량의 30%, 수입 에너지의 90%가 통과하는 중요한 해상교통로로서, 우리 이해 관계가 큰 지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따라 우리는 동 지역의 분쟁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규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하며 남중국해 지역이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할 것을 국제회의 등 여러 계기를 통해 강하게 촉구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남중국해 분쟁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묻는 미국의 압박에서 나온 외교적 수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요청한 것은 우리는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라며 "만약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대니엘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지난 6월 "한국이 남중국해 분쟁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를 한미동맹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남중국해 분쟁 문제가 오는 31일 한중정상회담과 1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거론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경사론’을 우려하는 미국을 의식해 ‘국제법에 의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역시 지난 9월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안보법이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3월 발효하면 일본 자위대는 남중국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27일(현지시간)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라센함을 중국이 난사군도에 설치한 2개의 인공섬 수비 환초(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와 미스치프 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美濟礁)로부터 12해리(약 22.2㎞) 안쪽 연안까지 보내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에 중국군이 남중국해에 대한 '방공(防空)식별구역'(CADIZ) 선포로 미국에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 정부의 균형외교가 다시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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