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 가져야” 재계, ‘압박경영’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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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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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기업은 왜 강한가? 망하기 때문이다. 안 망하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에 강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기업이다.”

고인수 삼성전자 고문은 과거 성균관대 특별 강연에서 회사가 강해진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기업의 평균수명은 30년에 불과하다. 망하는 일은 기업에게 있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조직원은 “우리 회사는 안 망할거야”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조직원들 사이에 확신이 될 때, 기업은 쇠락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2015년,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대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내놓은 카드는 ‘위기의식’이다. 위기는 늘 강조돼 왔다. 다만, 지난 기간은 사업의 통합 또는 매각, 조직 구조개편,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력 이동 등 주로 회사의 외형적인 측면에서 개편이 진행돼 왔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언제까지 마른 수건만 짜낼 수는 없다. 임직원들의 정신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무사안일하면 결국 죽는 길 밖에 없다. 끊임없이 경쟁해야만 변화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주요 계열사들의 올해 연봉을 동결시킨 것과 관련, 삼성전자 직원들이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 실적 급락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그래도 괜찮을 거야’라는 안도감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외부에서 삼성전자의 위기론을 잇따라 제기했고, 최고경영자(CEO) 조차 강조했지만 내부에서는 동요가 그다지 없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라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경쟁을 싫어하는 심리가 어느덧 삼성 내부에도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급락보다 더 큰 문제가 바로 이것이라고 봤다. 이를 바꾸기 위해 내린 특단의 조치가 바로 ‘임금동결’이었다. 최고의 직장이라 불리며 모든 이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삼성전자가 6년 만에 임금동결이라는 충격파를 던진 것은 임직원들도 불만 보다는 ‘우리도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철강업계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포스코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감을 강조하는 말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포스코의 한 고위임원은 포스코의 가장 큰 약점으로 “망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망해본 경험이 없으니 망할 것 같다는 분위기만 들어도 조직은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초점을 못잡고 표류한 이유다.

권오갑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 그룹은 본사·계열사간 임직원 교류 등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파격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물이 고여있는 연못과 같은 조직은 탁해진다. 시냇물 같이 물이 흐르는 조직이 돼야 조직원간 긴장감이 불어나고 생존을 위한 투쟁의식을 길러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권 회장의 철학이며, 투쟁의식을 통해 회사가 진정 살아남는 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벌떼 인사’라는 다소 냉소적인 별칭에도 불구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버리지 않는 수시인사 용인술도 결국 인사를 통해 조직에 끊임없이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방책이었다. ‘언제라도 이길 수 있는’ 인력을 수시로 투입한다는 것은 조직원들이 안주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살기 위해 스스로 방법을 만들려고 더 잘하기 위해 원칙을 뛰어넘는 창의적 방안을 도출해냈다. 고바야시 전 후지쓰 회장이 “안락한 곳에서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는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지혜라는 것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어 살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말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에 대해 과도한 압박경영이라며 경영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려고 한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이나 현대차, 포스코는 성과로 증명한 인재들에게는 과감한 포상을 함으로써 무조건 적인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 이들이 알게 모르게 쳐놓은 한계의 벽을 스스로 뛰어넘도록 하려는 의도임을 보여준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등 대기업의 최근 움직임은 말로만 ‘위기극복’을 떠들 것이 아니라 CEO와 임직원 등 조직원 모두가 회사를 위한 ‘자기희생’을 행동으로 실천하자는 의미로 봐야 할 것”이라며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얼마나 절실하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기업은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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