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은행권 여신 6100억원..금융당국,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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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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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주목한 강소 가전기업 모뉴엘이 돌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금천구 모뉴엘 본사는 출입문이 굳게 닫혀있고 사무실은 비어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이수경·박선미 기자 = 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전업체 모뉴엘의 금융권 여신이 약 6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승승장구하던 모뉴엘의 몰락으로 돈을 빌려준 은행은 손실을 떠안게 될 처지에 놓였다. 금융감독 당국과 관세청은 모뉴엘과 자회사인 잘만테크의 회계기준 위반 혐의를 포착해 감리 등에 나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뉴엘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61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해외에 수출한 실적을 담보로 은행에서 먼저 돈을 빌리고, 수출 대금을 받으면 이를 은행에 갚아왔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이 약 147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 1165억원, 외환은행 1100억원, 국민은행 760억원, 농협은행 740억원 등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이중 3300억원 이상의 보증을 선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은 모뉴엘 사태에 대해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이다.  한 여신은행의 부행장은  "일시적인 경영난으로 판단했지 이렇게까지 사태가 심각할 줄 몰랐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상 채권은행이 손을 쓸 방도는 없고 법의 절차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단 대출의 대부분은 무역보험공사 보증을 받아 이뤄진 큼 은행들의 실질적인 손실보다 무역보험공사 측 부담이 클 것이라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기업은행의 여신 담당 임원은 "채권은행들은 일부 손실이 있겠지만, 보험을 들어놓은 만큼 회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들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했다 하더라도 부실대출로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만큼 허위 매출이나 부실 여신심사 등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은행들이 감수해야 할 손실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 당국도 모뉴엘에 대출해준 은행들을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우선 24일까지 은행들을 상대로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무역금융 과정에서 가공매출 허위작성이나 부실대출 심사 등의 혐의가 포착되는 데 따라 은행감독국에서 다음 주 중 본격적인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자회사인 잘만테크의 기업회계기준 위반에 대한 제보가 접수돼 감리에 착수한 상태다. 모뉴엘에 대해서는 수사당국의 요청이 오면 감리에 나서기로 했다.

모뉴엘은 금감원의 감리 대상이 아닌 비상장사여서 공인회계사회가 위탁 감리를 맡고 있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분식회계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나 증거를 동반한 제보가 있을 경우에는 금감원이 해당 기업의 회계 기준 위반 여부에 대한 감리에 나설 수 있다.

아울러 관세청은 비상장사인 모뉴엘이 수출액을 부풀려 관련 서류를 조작, 금융권에 수출채권을 할인 판매한 정황을 수개월간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남부지검은 모뉴엘이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해 국내 금융권으로부터 수천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중 사건을 배당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한 전후 사정을 파악하고, 분식회계 여부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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