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누가 팬택 협력사 직원을 거리로 내몰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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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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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지난 17일 오후 3시 서울 을지로 SK T타워 앞. 뙤약볕 아래 30~40대의 남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각자의 회사이름이 적힌 띠를 두르고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각자의 일터에서 한창 업무에 매진해야 할 이 시간에 그들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자신의 직장이 아닌 다른 회사를 살려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그 다른 회사가 살아나야 자신도 직장에서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하고 가정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에 팬택 회생방안을 수용해 줄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이들은 팬택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 직원들이다.

고객인 팬택이 워크아웃에 이어 법정관리로 넘어갈 위기에 놓이면서 보다 못한 이들이 거리로 나와 채권단, 이통사, 정부 등에게 팬택에 기회를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협력사 직원들이 나설 정도로 팬택의 현재 상황은 풍전등화와 같다.

채권단이 이통사에 출자전환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지만 무응답으로 사실상 거부했고, 팬택이 그렇다면 채무 상환 기간이라도 2년 연장해달라고 했지만 역시 답이 없다.

상환 기간 연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말은 들리지만 공식적으로는 확인하지 않고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이대로 가면 현금 유입이 끊긴 팬택은 법정관리에 이어 해외로 매각될 것이 유력하다.

기업이 장사를 못해 매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국내 3위 스마트폰 제조사 팬택은 이야기가 다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못지않은 스마트폰 제조 기술력을 보유했으며 지난 1~2월에는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막강한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삼성과 LG에 밀렸지만 제품만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소비자 선택권도 문제다. 최근 스마트폰 판매점에는 베가 아이언2가 자취를 감췄다.

창고에 재고가 쌓여있지만 판매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삼성 아니면 LG 스마트폰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다.

제품 선택권이 줄어든 것은 이통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협력사 직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기술력을 갖춘 토종 기업이 이대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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