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바라크 정권 붕괴때 이집트여성이 당한 폭력영상 보고 조각품 제작<br/>실과 바늘로 여성권익 대변 '페미니즘 작가'..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The Blue Bra Girls 2012 casted, polished, stainless steel 182.9 x 157.5 x 137.2cm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Photo: Christopher Burke Studio, and courtesy Kukje Gallery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달걀형태로 가운데가 뻥 뚫인 '파란 브래지어의 소녀들(The Blue Bra Girls)’은 알고보면 아픔이 전해진다.

이집트출신 여성작가 가다 아메르(Ghada Amer.50)가 2년전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붕괴 과정에서 이집트의 여성들이 당한 물리적 폭력을 조형화한 작품이다.

당시 진압 경찰들에 발길질을 당해 쓰러진 한 여성의 옷이 벗겨져 파란 브래지어가 노출되는 장면을 영상을 통해 접한 작가는 이른바 멘(탈)붕(괴), 충격을 받았다. 이 폭압적인 진압장면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여는 세번째 개인전을 위해 지난 16일 한국에 온 아메르는“문제의 영상을 보고 밤새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그 여성은 내동댕이 쳐져 바닥에 쓰러진 상태였지만 내 작품 속 여성들은 일어선 채 정면을 응시하도록 제작했죠."
수많은 선이 모인 높이 182.9㎝의 은색 조각은 실제 사람의 크기로 여덟 명의 여성이 머리와 어깨를 대고 빙 둘러서 있다.

작가는 "당시 작업 중이었던 대형 브론즈 조각에 그 여성의 기억을 담아 ‘파란 브래지어의 소녀들’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며 "물리적 폭력을 감수하면서도 민주화를 부르짖은 이 여성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고 했다.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유네스코상을 받은 아메르는 특히 여성의 성적 역할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이 때문에 페미니즘 작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제 작업을 굳이 페미니즘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둬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반문했다.
“저는 우선 작가이지만 여성이기도 합니다. 서구에서는 마치 작가는 남성이어야 하듯 여성 작가 앞에는 굳이 ‘여류’라는 표현을 붙이는데 그게 문제죠. "

그는 "그러나 배타적인 느낌의 ‘중동 작가’로 분류되는 것보단 페미니즘 작가가 낫겠다”며 "“실과 바늘 같은 여성들이 사용하는 매체를 가지고 여성의 상처를 꿰매고 싶고, 여성의 권익을 표현하고 싶다”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Sunflowers-RFGA 2013 Acrylic, embroidery and gel medium on canvas 165.1 x 198.1cm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Photo: Christopher Burke Studio, and courtesy Kukje Gallery

아메르는 붓 대신 실과 바늘로 캔버스를 꿰매는 이색적인 작업으로 미국 유럽등 국제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포르노 잡지에 나오는 에로틱한 이미지를 차용해 자수(실)와 바늘로 표현하고 아크릴 액체나 수채화 물감을 뿌려 작품을 완성한다. 아름다움과 빛깔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그린 작품은 추상화로도 보인다. 2000년 부산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한 바 있다.

이번 서울 개인전은 <Référence à Elle (그녀에 대한 참조)>를 전시타이틀로 브론즈 조각(4점)과 자수회화(4전)를 선보인다.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여성의 성적 역할과,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억압받고 살아가는 여성의 사랑과 삶을 예술로 승화했다.
'심장, The Heart'

작품들은 완전히 열려있다. 이미지들이 앞과 중간 그리고 뒷면에서 떠오르도록 함으로써 눈 뿐만 아니라 상상까지도 사로잡는다. 삼차원적 공간 안에서 형태와 추상성을 탐구해 온 아메르의 작품은 끊임없이 관객의 해석에 도전하는 사물들을 창조해 왔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다.

'심장, The Heart'은 능숙한 세공실력으로 포옹을 하고 있는 두 연인들의 섬세한 머릿결이 돋보인다. 복잡하고 겹겹으로 이루어져 있는 회화는 작가의 장기인 실 자수를 떠올리게 한다.

지름 152.8㎝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은 아랍어로 사랑을 뜻하는 단어 100여 개를 붙인 구형 브론즈 조각이다. 글자가 좌우가 뒤집혀 있어 조각의 빈 공간을 통해 반대편 글자를 읽을 수 있다.
작가는 "그림자가 대상만큼이나 중요한 텅 빈 조각을 만들고 싶었다”며 "사랑, 부드러움, 그리움, 바람, 죽을 만큼 사랑 등 이렇게 좋은 단어를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 고 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02)735-8449.

◆가다 아메르= 1963년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외교관이어서 해외여행을 자주했고, 1974년에 부모님과 프랑스로 이주했다. 보스톤의 스쿨 오브 뮤지엄 오브 파인 아트(School of the Museum of Fine Arts)에 입학했고 이후 니스의 에콜 드 보자르(Ecole des Beaux Arts)에서 페인팅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휘트니 비엔날레, 브룩클린 미술관, 로마의 무제오 아르테 콘템포라네아, 텔 아비브 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열었다. ▲작품소장: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미술관, 도하의 아랍 미술관, 아부다비의 구겐하임 미술관 파리의 퐁피두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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