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생의 시대적 의미

  • '원칙과 신뢰' 정치세력 등장…산업화 vs 민주화 대결 종언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시대의 개막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1948년 건국 이래 준비된 여성 정치인이 곧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로 주소를 옮겨 대한민국을 향후 5년간 이끌어가게 된 것이다. 국가와 결혼한 박 대통령 당선인이 기존의 남성 대통령과 다르게 새로운 변혁을 이끌어 달라는 국민적 욕구가 분출한 것이다.

◆박근혜 시대 개막

이번 대선 결과로 한국 정치는 건국 64년 만에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게 됐다. 의회민주주의의 본고장인 영국도 1721년 첫 총리를 배출한 후 여성 총리가 나오기까지 무려 258년이 걸렸던 '진보'를 우리나라는 64년 만에 이뤄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아홉 번째 국가가 됐다. 브라질, 칠레, 독일, 스위스, 아일랜드,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핀란드에 이어서다.

박 당선인은 고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 첫 부녀가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미국의 경우 애덤스(2대)-존 퀸시 애덤스(6대), 조지 부시(41대)-조지 워커 부시(43대) 대통령 등 부자간에 대통령에 오른 사례가 있다.

◆원칙과 신뢰 정치 실현

박근혜 시대 개막은 '원칙과 신뢰'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의 등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박 당선인의 트레이드 마크다. 국민에게 약속한 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은 기성 정치권에 비해 매우 이질적인 것으로 평가돼 왔다.

박 당선인은 2004년 한나라당 대표가 된 뒤 정치권에 공약 남발 관행을 극복하고 공약 준수 인식을 퍼뜨렸다. 2010년 세종시 원안 고수를 위해 '정치생명'을 걸고 이명박 정부와 맞서면서 이런 이미지가 강해졌다.

박 당선인의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과 정치경륜은 안정을 갈망하는 민심과 맞물렸다. 박 당선인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 서거 뒤 청와대에서 6년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으며 국정을 들여다보고 외국 정상 및 대사들과 수시로 접촉했다.

정치적으로는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커터칼 테러를 당해 병원에 있으면서 "대전은요" 한 마디로 전체 판세를 뒤집기도 했다.

◆산업화 대 민주화 대결 종언

국민이 위기에 강한 여성 정치인을 선택한 것은 '산업화 대 민주화' 세력간 대결의 종언을 의미하기도 한다.

박 당선인은 대선 유세과정에서 '박정희 정권' 시절 피해자들에게 사과했고 과거의 이념 갈등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가자고 호소했다. 국민대통합 행보를 벌이면서 민주화의 상징 동교동계 인사들을 두루 등용하기도 했다.

20년 만에 보수대연합이 대권을 잡는 순간이기도 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보수세력과 '3당 합당'을 통해 당선됐다. 박 당선인은 이번에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선진통일당과 합당은 물론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의 지원을 받으면서 보수표를 총결집시켰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불통' 이미지는 집권 내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 당선인과 주변 인사들은 1대 1의 수직적 관게를 맺고 있다. 박 당선인은 각각 보고서를 받은 뒤 "내게 맡겨달라"는 식으로 폐쇄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부재라는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첫 여성 대통령을 만든 국민의 목소리는 단순하다. 이제 그만 분열과 이념, 과거에서 벗어나 화합과 세계로, 미래로 가자는 것이다. 국민은 이 역사적 소명을 박 당선인의 어깨에 지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