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빅텐트’가 오히려 여권에 먼저 쳐진 셈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범(汎)보수 진영에서 제3의 대선 후보가 나오지 않은 것은 사실상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5일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박 이사장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으로 지난 총선 때 ‘국민생각’이라는 보수성향의 정당을 창당해 새누리당과 대립각을 세웠던 인물이다.
박 이사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에 대해 애증을 가지고 있지만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선진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역사의 대의에 맞는 길”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 이사장은 이번 대선에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를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지도자 △국가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지도자 △통일의지와 열정을 가질 지도자 △신성장전략을 확실하게 세울 수 있는 지도자 △한국형 복지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이사장의 ‘복귀’로 여권의 보수대결집이 완성됐다고 보고 있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박세일 이사장이 합류함에 따라 대표적인 보수성향 인사는 다 모였다고 보면 된다”면서 “‘집토끼’들이 집으로 다 돌아온 만큼 중도·부동층 등 이른바 ‘산토끼’ 사냥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앞서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을 통해 이인제 전 대표를 합류시킨 데 이어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지원을 이끌어 냈다. 충청권을 대표하는 주요 인사들의 지원을 이끌어 낸 것이다.
또 비박(비박근혜)계 인사 중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이재오 의원도 최근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박 후보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간접적으로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난 3일에는 상도동계 인사들이 주축인 민주동지회 회원 100여명이 새누리당에 합류하기도 했다.
‘호남의 보수’라고 할 수 있는 동교동계의 일부 인사도 박 후보 쪽으로 움직였다.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김경재 전 의원은 이미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과 기획조정특보로 각각 활동 중이고,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도 곧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선언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보수대결집 현상에 대해 박 후보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회창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오늘 박세일 이사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박 후보와 새누리당에 대한 앙금이 완전히 풀렸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박 후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소위 말해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할 수는 없다’는 위기의식이 보수 진영 결집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4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구간·오차범위 ±3.1%포인트, 유선전화 80%+휴대전화 20% 임의걸기 방식)에서 박 후보는 48.8%를 기록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44.0%)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눈여겨 볼 점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하더라도 문 후보는 박 후보를 힘겹게 추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조사에서 안 전 후보의 지원은 받은 문 후보는 46.6%에 그쳐 48.2%를 얻은 박 후보에게 여전히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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