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재계 인사 트렌드 읽기-상> 성과주의 광풍 속 세대교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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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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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재계의 연말 임원 인사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재계 인사의 특징은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한 신상필벌(信賞必罰)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오너 2·3세가 경영 전면으로 나서는 경영진 세대교체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자기 분야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는 인물들을 과감히 발탁하는 한편 미래비전을 갖고 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젊은 경영진들을 전면에 배치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포석이다.

◆성과 내야 승진한다

성과주의는 올해 주요 대기업들의 임원 인사 결과를 관통하는 핵심 화두다. 5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삼성그룹의 경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 출신들이 약진했다. 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마트폰 세계 1위 신화를 일궈낸 주역들이 대거 승진했다.

갤럭시 신화의 주역인 삼성전자 이주돈 부사장은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으로 승진하며 '별'을 달았다. 휴대폰 사업 일류화에 기여한 홍원표 삼성전자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삼성코닝정밀소재의 박원규 부사장은 50%를 넘나드는 영업이익률에 힘입어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됐다. 반면 박준현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담당 사장으로 밀려났다.

지난달 28일 임원 인사를 실시한 LG그룹도 인화에 중점을 둔 인사 스타일에서 벗어나 철저한 성과주의를 적용했다.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1위로 이끈 조성진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홈 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를 총괄하게 됐다. 8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LG디스플레이의 한상범 대표이사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LG화학은 평광판 세계 1위 달성에 기여한 김성현 부장을 최연소 상무로 발탁하는 파격 인사를 실시했다.

신세계그룹도 신상필벌의 원칙대로 주요 계열사 인사를 단행했다. 김해성 신세계인터내셔널 대표이사는 7년 만에 회사를 5배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문책성 인사가 이뤄지면서 임원 수가 지난해보다 10% 감소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아직 인사를 실시하지 않은 대기업에도 고스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SK그룹은 내년부터 계열사 중심의 자율경영체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최고경영자의 능력과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도 내년 3월로 예정된 정기인사에서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 중인 에너지 및 소재 부문에서 성과를 올린 인물들을 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대대적인 인사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올해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최근 연비 파동까지 겹치면서 사장단 일부가 경질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젠 우리가 주인공" 세대교체 바람 분다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재계의 세대교체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삼성 측은 이건희 회장이 여전히 왕성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어 이 부회장 승진을 경영권 승계와 연관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조직 내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부회장은 최고경영자 입장에서 삼성전자 전 사업부문에 관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4일 인사를 실시한 GS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의 경우 허창수 그룹 회장의 사촌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허창수 회장의 동생인 허진수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게 되면서 쌍두마차 체제를 갖췄다. 또 오너 3세 중 비교적 젊은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과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의 승진으로 세대교체에 시동을 걸었다.

오너 4세 중 가장 먼저 임원을 단 허동수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 허윤홍 GS건설 상무보도 1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LG그룹은 강유식 LG 부회장과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의 2선 퇴진이 눈에 띈다. 이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그룹 회장단 구성원 중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있는 부회장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3명만 남게 됐다. 60대 부회장들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면서 40~50대 젊은 경영진들이 약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전 부인이자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장녀인 임세령씨도 임원으로 선임되면서 경영 일선에 나섰다. 임씨는 지난 3일 (주)대상 식품사업총괄 상무로 발령이 났다. 임창욱 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부장도 지난달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오너 경영 체제로 본격 돌입했다.

한 재계 고위 인사는 "성과주의와 세대교체 모두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조치로 이 같은 추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성장동력을 찾아낼 수 있는 비전과 사업화 성공을 좌우할 추진력이 경영진의 최대 덕목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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