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3일 WB 총재 후보로 김용 총장을 지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서를 통해 “세계은행은 빈곤을 줄이고 글로벌 생활 수준을 높이는 기구로 20년 동안 이 분야에서 일한 김용 총장이 적임자”라고 발표했다.
WB 이사회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다음달 20~21일 여는 회의에서 신임총재를 선출할 예정이며 후보자로는 김 총장을 비롯한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전 콜롬비아 재무장관,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가 있다. 그러나 사실상 총재 지명권을 가진 미국이 단독후보로 김 총장을 지명하며 사실상 이미 확정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이번 선택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지지를 쉽게 받기 위해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발표가 되자 르완다 대통령인 폴 카가메는 “김용 후보는 아프라카의 진실한 친구”라고 지지했다.
로게리오 스터다트 세계은행 브라질 상무이사는 김용 총재가 워싱턴의 전통적인 월스트리트 또는 정치적 관계자가 아닌 점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김용 총재의 후보가 고무적인 선택이라고 논평하고 미국이 개발도상국들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번 후보 지명이 경영관리 및 국제적인 경험을 추구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 지성을 기준으로 선출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미국인이 독식했던 WB 총재에 동양인이라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으며 특히 세계 개발도상국에서 자질을 인정받고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전문적이고 넓은 경험을 갖추고 있어 다른 국가들의 환영을 받을만한 선택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신흥국들이 WB 총재직을 미국인이 독식한다고 강력하게 비난해왔다.
마크 웨이스브롯 정치경제연구센터 공동이사는 기존 후보 선택보다 훨씬 개방적인 선택으로 범위가 넓어졌다며 “매우 환영한다”고 말했다. 웨이스브롯 공동이사는 “68년만에 처음으로 세계은행 후보가 정치적 관계자가 아닌 경험 측면에서 인정받은 후보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이상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에즈라 클라인 WP 칼럼니스트는 “글로벌 보건 운동가를 지명한 것은 세계은행의 정책 우선순위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시점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김 총재에 대한 리더십 평가도 긍정적이다. 다트머스의 매튜 스라터 이코노미스트는 “그는 매우 낙관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다”라며 충분히 세계은행의 총재로써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WB 총재직 도전 의사를 밝혔던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김 총장은 최고의 후보이자 세계적 수준의 개발 지도자”라면서 자신의 도전을 철회했다.
WP는 김 총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이어서 경쟁자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과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전 콜롬비아 재무장관을 무난하게 제치고 총재가 확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FT는 김 총재가 경쟁자보다 금융적 경험 및 외교적 수완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했으며 WSJ도 매우 보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세계은행에서 스파이스 분장으로 랩을 구사했던 개방적인 김 총재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김용 후보는 1959년 한국 서울에서 태어나 5살에 미국으로 이민갔다. 1982년 브라운대학을 졸업한 후 하버드대학 대학원에서 의학 박사와 인류학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중남미 등 빈민지역에서 결핵퇴치를 위해 의료구호 활동을 벌였으며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국장도 역임했다. 2009년 한국인 최초로 아이비리그인 다트머스대학의 17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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