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역사 PB, 패러다임이 바뀐다-상> "15만 부자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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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0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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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속 2·3세대들 은행보다 증권사 선호"

(아주경제 이재호·김희준 기자) 국내 은행들은 지난 2001~2002년부터 일반적인 소매영업(리테일)에서 벗어나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PB 영업이 은행들의 또 다른 수익모델로 자리잡은지 올해로 10년이 된 셈이다.

국내 PB 시장은 은행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지만 최근 들어 이같은 기조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증권과 보험 등 다른 금융 권역이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PB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데다 금융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복수의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위기감을 느낀 은행들이 PB 도입 10년을 즈음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 포기할 수 없는 PB 시장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2000년대 초반부터 경제가 다시 안정되면서 고액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이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은행들이 PB 영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액자산가 유치에 나선 것도 이 무렵이다.

지난해 국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고액자산가 수는 15만명, 평균 금융자산은 27억원 가량이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340조원 수준으로 전체 금융자산의 13~15%를 차지하고 있다.

PB 영업은 은행 내 수신잔액과 여신운용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금융기관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금융권이 고액자산가 유치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은행 독주시대 마감…무한경쟁 돌입

지난해 10월 삼성증권이 서울 반포와 부산에 SNI 점포를 추가 개설하자 은행들은 일제히 경계심을 드러냈다. SNI는 예탁자산 30억원 이상의 초고액자산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삼성증권의 PB센터 브랜드다.

한 시중은행 PB센터장은 “최근 증권사들이 초대형 PB센터를 연달아 오픈하면서 은행 PB 고객들의 이탈이 늘고 있다”며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자산관리 노하우를 가진 증권사들의 추격이 무섭다”고 말했다.

증권업계가 PB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으로 은행보다 투자정보를 발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가고 있다.

최근에는 보험사들도 고액자산가 유치를 위한 전용 점포 및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정진섭 국민은행 WM사업부 부장은 “국내 PB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며 “이 때문에 PB 고객 유치 경쟁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특히 고액자산가 중에서도 위험 기피도가 높은 원년 세대는 은행을 선호하지만, 상속을 받은 2~3세대들은 투자 수익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증권사 쪽에 더욱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에 대한 니즈(Needs)와 상품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고액자산가들이 거래하는 금융기관 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들이 거래하는 금융기관 수는 평균 6.3개로 늘었다.

위성호 신한은행 WM그룹 부행장은 “PB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고객들의 거래 금융기관 수가 늘어나면서 은행들의 PB 영업도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도래했다”며 “단순히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높이고 점포를 늘리는 수준을 뛰어넘어 PB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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