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안정적인 인력공급 기반이 미흡하여 기계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설계 및 생산인력은 양적·질적 측면에서 과부족이 심각하다. 특히, 고부가가치 영역이면서 양질의 노동력을 요하는 중급설계인력이 부족하며, 이러한 현상은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시행한 기술인력활용지원사업으로 한국기계산업진흥회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계산업에서는 개발기획, 설계, 마케팅, 생산, 품질보증, 설치·유지보수 등의 분야에 걸쳐 부족율은 16.2%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임금상승에 따른 고임금 속에 제조업 분야의 중소기업에서 극심한 인력난을 겪게 되었다. 대기업들은 생산라인 해외이전을 통해 고임금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자본집약도를 높이고 있었지만 중소기업들은 비용문제로 두 가지 방법을 선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발전도상국과 경제협력의 일환으로 외국인을 일정기간 한국의 중소기업에서 연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나아가 고용을 허가함으로써 중소제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고자 지난 1994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하였다.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한 초기에는 산업현장에서 숙련도와 생산성이 떨어져 당초에는 외국인산업연수생제도로 시작하였으나, 10년이 지난 2004년에는 외국인 근로자 인권향상을 위한 「외국인 고용허가제도」가 도입되어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한 뒤의 사업장 변경을 3회로, 체류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경력직 채용의 일반화에 따른 중소기업 기술인력의 잦은 이직은 인력양성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기계산업의 특성상 기술유출 및 성장정체로 인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어 국가경쟁력 하락을 불러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제조기술은 외국인 근로자들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베트남인을 비롯한 동남아 근로자들의 손기술이 좋아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노동력을 가질 수 있어 중소기업으로서는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기계기술은 그 습득기간이 길고, 2~3년이 지나야 조직의 일원으로 자리 매김하는 반면, 겨우 숙련공이 되는 순간 우리나라를 떠나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기계류․부품 중소기업은 양성된 숙련공과 함께 체화된 기술이 경쟁국으로 무분별하게 넘어가는 사태를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결국 우리 중소기업은 후발 경쟁국을 위한 숙련공 양성소 역할을 담당하게 되므로 문제가 심각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80%를 초과하는 고학력화, 이공계 기피현상, 취업시장에서 나타나는 대기업 선호와 중소기업 기피현상과 맞물려 기계류․부품 중소기업에서 심각한 R&D 인력난을 겪고 있다. 특히 200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공계 기피현상에 따른 산업현장에서의 기술인력 부족, 대기업·중견기업의 기술직 경력직 채용 확대에 따라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에서의 기술인력 이직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현장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근로자 체류기간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와 아울러 선진국 수준의 설계인력 양성시스템과 현장중심의 맞춤형 인력 공급기반 구축이 시급하다. 앞으로 양질의 고용창출을 견인하는 고부가가치 기계류․부품산업을 선진국형 블루오션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인력난 해결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중·장기 대책 수립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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