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부결된 세종시 수정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 여여간 대치가 격화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친이(친이명박)계 주도로 세불리기에 나선 반면 친박(친박근혜)계와 민주당 등 야당은 부의 저지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27일 한나라당 임동규(비례대표) 의원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부의요구서를 28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친이계인 임 의원은 이날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세종시 문제를 상임위 결정만으로 끝내려는 것은 헌법과 국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안 4건에 대한 '본회의 재부의 요구서'를 의원 65명의 서명을 받아 의장에게 제출한다"고 말했다.
국회법 87조는 상임위에서 부결된 법안이라도 위원회의 결정이 본회의에 보고된 날로부터 7일의 회기 이내에 의원 30인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맞선 한나라당내 친박계의 반발이 거세다. 친이계의 서명작업을 '오기 정치'라고 비판하며 본회의 상정을 적극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정되더라도 부결시키겠다는 입장 또한 뚜렷이 밝혔다.
허태열 의원은 라디오방송에 출연, "국회법 87조는 상임위 부결안건이라도 본회의에 올리면 통과가 확실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일종의 구제조항"이라며 "구제조항을 빌미로 국민의사에 반하는 일을 벌이는 것은 객기, 오기"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강하게 반발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결로 사망신고(폐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주장하며 이를 촉구한 것이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사무처가 발간한 국회 선례집을 보면 법률안 입법 취지의 의미가 없어지게 됐거나 입법에 대한 실익이 없게 될 경우 의장 결재로서 폐기할 수 있도록 돼있다"고 밝혔다.
전 의장은 "한나라당이 굳이 세종시 수정안의 장례식을 두 번이나 치르고 싶다면 본회의장에 갖고 올 게 아니라 박 의장에게 결재해 조용히 '서면 장례식'으로 마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의권을 쥔 박 의장의 선택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앞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 또한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6·2지방선거 이전처럼 오만과 독주를 일삼는다"며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을 상대로 선전포고 하는 것으로 간주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더라도 박 의장이 본회의 의사일정에 수정안을 올려야 표결절차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박 의장은 여야 합의를 강조하면서도 '법대로 하겠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박 의장은 최근 라디오방송에 출연, "국회는 여야 합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며 여야 합의에 따른 수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뒤 "법에 절차가 정해진 만큼 그 절차에 따라서 하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세종시 부의 논란은 한나라당 친이계 내분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상임위에서 부결된 사안을 굳이 본회의로 가져갈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
공개적인 발언은 자제하고 있지만 지방선거 패배의 한 원인으로 청와대의 일방적인 독주와 당·정·청 소통 부재 등이 지적됐는데도 또 다시 국회의원을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친이계 내부의 이 같은 불만이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표결시 이탈표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향후 여권 주도 정국 운영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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