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매서운 꽃샘추위가 물러난 5월,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반월산업단지.
3월 광공업 생산이 지난달 대비 1.6%, 설비투자가 지난달 대비 3.7% 증가하는 등 최소한 지표는 경기회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기대를 갖게 만들고 있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경기지표와는 많이 달랐다.
이곳에 위치한 염색업체인 A염직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저가공략 △환율하락 △장기불황 △사양산업이라는 인식 등 대외적인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내실 있는 성장을 이뤄 동종업계에서는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던 회사다.
하지만 이 회사는 최근 수출부진 등의 이유로 경영이 급속히 악화돼 지난 몇달 동안 공장을 가동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악화돼 생산기계를 전부 밖으로 내놓았고, 공장 부지는 다른 회사에 임대해 줄 것"이라며 "직원들도 거의 다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업체 중에서도 회사 사정이 악화돼 공장 부지 일부를 다른 회사에 임대해 준 회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업ㆍ업종 간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는 반면 사양산업에 종사하는 일부 중소기업은 생존 자체를 위협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기업ㆍ업종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즉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패자는 끝없이 도태돼 생존마저 위협당하는 경제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경기지표가 좋아지면 대체로 모든 기업들과 업종이 매출액이 증가하고 채용 인원이 늘어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경기지표가 좋아져도 중소기업이나 섬유ㆍ염색 같은 사양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정부는 지난 2006년 12월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같이 그동안 시장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어느 정도 수행해 왔던 제도적 장치들마저 폐지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경제구조는 너무 복잡하고 글로벌화돼 있어 단순히 경기지표가 좋아졌다고 해서 당장 모든 기업들의 형편이 좋아지지 않는다"며 "우리와 거래하는 중소기업들 중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들을 보면 모두 경영혁신을 단행한 기업"이라고 전했다.
즉 끝없는 경영혁신으로 무한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
더구나 양극화는 같은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도 심화되고 있다.
반월염색사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10년 4월 현재 반월산업단지 내 염색업체의 평균가동률은 87% 정도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 조합의 한 관계자는 "같은 중소기업ㆍ사양산업이라고 해서 모두 어려운 것이 아니고 여기에도 양극화가 있다"며 "염색업체도 경영혁신과 하이테크 염색 등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 놀라운 실적을 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들의 저가 공략에 밀려 도태당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0년 3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82.2%로 지난 2004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직원 수가 5~300인인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4%에 불과, 평균보다 10% 가까이 낮아 가동률에 있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