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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순 티맥스소프트 전략마케팅본부장(상무) |
하지만 정부가 지원한다는 신성장 동력산업에 소프트웨어는 없었다. 한국이 IT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휴대폰 등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태지역 기업의 30% 이상이 향후 18개월에 걸쳐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아태 기업들은 기업 효율성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소프트웨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현재 전세계 각국은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IT 분야 이외에도 조선, 항공, 의료기기 등에도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휴대전화, 자동차, 전투기 등에 사용되는 제품별 소프트웨어 원가비중은 전체의 절반을 넘으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 측면에서도 소프트웨어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세계 1위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지난 해 매출은 67조원으로 국내 대표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매출 73조원보다 작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삼성전자의 약 4배 규모이며, 시장 가치 또한 2배 이상 높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IBM, 오라클과 같은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31%를 점유하고 있고, 300대 소프트웨어 기업 중 미국 기업이 89%를 자치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전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 개발과 투자의 필요성은 절실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 비중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소프트웨어 투자로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여전히 척박한 수준이다. 시장규모는 전세계의 1%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형 외국 기업이 고난이도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독점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응용 소프트웨어 부분에 치중하고 있으며 매출 300억 원, 인원 300명 이하의 영세 기업이 전체 99%에 이를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과 지원은 제자리 걸음이거나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다.
‘심모원려(深謀遠慮)’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깊이 모색(謀索)하고 멀리 내다보는 염려(念慮)가 있어야 모든 일이 제대로 되어간다는 의미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 특성상 당장에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장기적인 투자가 있어야 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한 분야이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대한민국의 아주 중요한 성장잠재력 중 하나이며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앞당기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 자신한다. 이제라도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심모원려’한 의지와 실천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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