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훈 칼럼) 지나친 경기낙관론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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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0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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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중 국내경제는 전기비 2%에 가까운 성장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율로 환산하면 8%에 근접하는 V字 형태의 고성장이다.

심리지표들의 회복세가 뚜렷하고, 금리, 환율, 주가 등 가격변수의 움직임에서도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경기선행지표 역시 상승세로 전환했는데 그 구성항목 가운데 금융 관련 지표들에 이어 실물 지표들도 상승하면서 경기회복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경기가 급락한 이후에는 대부분 V자 형태의 가파른 회복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처럼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전세계가 동시불황에 빠진 상황에서는 V자 회복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경기의 방향성에 갈피를 잡지 못했던 대부분이 전문가들이 최근에는 경기낙관론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는 경기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부정확한 경기인식이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을 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기를 오판하면 거시경제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잘못된 투자판단은 수익성의 악화와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다. 아래에 경기회복의 형태와 지속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경기회복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분기의 V자 회복은 지난해 4분기의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기능부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시에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금융시스템의 마비현상이 금년 초부터 해소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과 실물 경기의 비대칭성이다. 금융불안은 곧바로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졌지만 금융상황의 개선이 즉시 실물경기의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회복과정에서는 실물경제의 자체적인 회복동력이 필요한데 아직 뚜렷한 대안이 보이질 않는다.

둘째, 2분기 경기회복에는 정책효과가 크게 작용하였다. 과감하고 종합적인 경기대책의 결과이다. 저금리로 대표되는 금융정책은 물론 재정지출과 감세 등 재정정책이 총동원된 것이다.

현재 실물경기는 미묘한 정책기조의 변화에도 크게 반응할 수 있는 민감한 상황이다. 주요국들이 출구전략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하였고, 국내에서도 금리인상 시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수급갭이 크게 확대되어 있는 국면에서 적절한 금리인상의 타이밍을 포착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경기회복이 일부 산업에 한정되어 있어 지속성에 의문이 남아있다.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 주식시장과 교육산업을 제외한 다른 부문은 아직도 바닥에서 일보도 전진하지 못한 상태이다. 주가회복의 근거가 확실하지 않거나 글로벌경기의 회복속도가 충분하지 않으면 경기회복세가 단기간내에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중국을 제외한 세계경제의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유럽경제의 침체가 예상보다 깊고, 미국도 근본적인 문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실물경기의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한국경제와 마찬가지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경제전문가들은 자국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빠져 나오는데만 최소 5년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경기회복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지나친 경기 낙관론도 문제지만 그 반대로 더블딥에 대한 우려도 현실성은 낮다. 역사적으로 더블딥이 실현된 경우가 거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는다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회복 초기에는 기저효과에 따라 경기회복이 V자 형태처럼 보이지만 이후에는 매우 완만한 회복이 지속되는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수입증가율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상대적인 수출의 호조로 제조업은 재고감소와 생산증가가 가능하지만 수입과 내수의 부진의 지속은 국내경제의 부문간 격차확대와 저성장의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2분기의 빠른 경기회복은 그 관성으로 인해 3분기 정도까지는 지속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4분기 이후에는 동력의 약화로 경기회복속도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의 경기회복속도에 근거한 지나친 낙관론으로 향후의 경기회복의 기조를 흐트려 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할 국면이다.

곽영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분석실장 <yhkwak@hanaif.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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