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잠재성장률 반등과 지역 균형발전을 내걸고 2027년도 예산안을 대폭 확대 편성했다. 특히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확대를 기반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고, 교육·청년·인재 양성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등 교육재정 전반의 판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 뒤편에선 섣부른 사업 개편과 자의적 예산 추계, 기존 사업과의 중복투자 우려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아주경제>는 국회예산정책처(NABO)가 발간한 『2027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와 현장 전문가들의 제언을 바탕으로, 교육부가 편성한 2027년도 예산안의 구조적 쟁점과 신설 미래대응기금 주요 사업들의 실효성을 상·하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회계별로는 일반회계가 80조 4325억 원으로 2.8% 증가했고,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는 초광역 사업 이관 영향 등으로 1조 1228억 원을 기록하며 381.4% 폭증했다. 반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는 일부 사업 이관에 따라 14조 3139억 원으로 12.9% 줄었다. 신설된 미래대응기금 교육·인재계정에는 4조 9315억 원이 순증 편성되면서 기금 총지출 규모만 12조 2848억 원에 달한다.
주요 증액 및 신규 사업을 살펴보면, 유보통합 추진 예산이 1조 1698억 원으로 크게 불어났고, 내국세 증가와 연동된 보통교부금도 76조 5056억 원으로 전년 추경 대비 2조 9236억 원 증액됐다. 신규 사업으로는 미래대응기금을 중심으로 지방국립대 미래인재성장자금(6910억 원), 사립대 이공계 인프라 구축(6000억 원), 대학생 첫경력 프로젝트(4650억 원), 지역균형발전장학금(3280억 원) 등 10개 사업에 2조 3940억 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와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세부 사업 곳곳에서 재정 원칙 훼손과 중복투자가 드러나고 있으며, 재정 투자의 방식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입 167억 잡고 세출은 62억 동결…‘한국어능력시험’ 100억 결손에 파행 위기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운영 사업은 대표적인 세입·세출 불일치 사례로 꼽힌다. K-컬처 확산과 유학생 체류·대입 자격 반영으로 지원자가 연간 5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수료 수입인 세입예산은 전년 대비 203.8% 급증한 167억 3700만 원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정작 시험을 집행하는 세출예산은 전년보다 6억 7400만 원 늘어난 62억 1100만 원에 묶였다.
최근 3년간 TOPIK 실제 집행액은 연간 121억~167억 원 수준이었다. 세출예산 62억 원은 예정된 15회의 시험 중 고작 4~5회만 치를 수 있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수입대체경비 규정상 세출을 늘리려면 세입 목표치(167억 원)를 넘는 초과수입이 나와야 하는데, 100억 원의 결손을 메우려면 80만~100만 명이 응시해 267억 원 이상이 걷혀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산 부족으로 시험이 중단되면 외국인 비자 발급과 대학 입학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실수요와 운영단가를 반영해 세출예산을 즉각 정상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제는 이들 사업이 반도체, AI, 모빌리티, 바이오 등 전략산업 분야를 동일하게 다루고 참여 대학군 역시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각 사업이 기업 연계형 교육과정이나 인증 마이크로디그리 운영 등 대동소이한 방식을 추진하고 있어, 대학별로 유사한 교육시설과 연구 장비를 제각기 별도 구축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산정책처는 글로컬대학이 이미 구축해 둔 기존 인프라와의 연계가 빠져 있다며, 사업 간 역할 분담과 자원 공동 활용 방안을 엄격히 마련해 중복투자를 차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1조 2000억 원이 편성된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앵커)’는 2025년 전면 도입한 ‘라이즈(RISE)’ 사업을 불과 1년 만인 2026년 4월 ‘앵커(Anchor)’로 개편하면서 지자체 조례 재개정, 대학 내 사업단 명칭 변경 등 극심한 행정 혼선을 낳았다. 더욱이 지자체 재정자립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방비 20% 의무매칭’을 일률 강제하면서 전북(35.85%), 전남(34.09%) 등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장 집행 파행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채수찬 전북앵커센터장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조 단위의 국가 핵심 사업임에도 사업 연도 막바지인 11월까지 당해 연도 사업비 규모조차 확정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교육부가 지자체에 권한을 넘긴다더니 불과 수개월 만에 평가를 거쳐 100억 원 이상을 깎거나 늘리는 ‘제로섬 게임식 줄세우기’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 센터장은 이어 “사업 기간이 3~4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뒤늦게 예산이 증감되면 신규 사업 발주나 장비 구입 외에는 실질적인 교육·R&D 혁신을 추진할 방법이 없다”며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은 교육부 예산을 끌어오기 위해 20% 지방비 매칭을 울며 겨자 먹기로 짜내고 있는데, 정작 중앙정부의 졸속 평가와 늦장 예산 확정 탓에 사업 집행의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산정책처 역시 잦은 구조 개편을 지양하고 지자체 재정 여건에 맞춰 지방비 매칭률을 차등화하는 한편, 성과지표 또한 단순 매칭 비율이 아닌 지역 내 실질 취업·정주율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 자문위원은 특히 국립대와 사립대 간 심각한 재정 지원 격차를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았다. 국내 고등교육의 80%를 사립대학이 담당하고 있음에도 국립대학육성사업 예산이 2022년 대비 2026년 482.4%(7235억 원 증액) 폭증하는 동안 사립대학 지원 사업(대학혁신지원사업)은 3.0%(242억 원 증액) 증가에 그쳤으며, 교당 지원액 역시 국립대가 236.1억 원으로 늘어난 반면 사립대는 58.1억 원으로 줄어 4.1배에 달하는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 자문위원은 “정부가 2027년 거점국립대 혁신(7944억 원), 지방국립대 미래인재성장자금(6910억 원) 등 국립대 중심의 집중 투자를 예고하고 있지만, 지역 산업 실무인력 양성과 지역사회 인프라를 지탱하는 사립대와 중소규모 대학의 기능이 배제될 경우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이 붕괴될 수 있다”며 “특정 대학 유형에 편중되지 않는 균형 있는 투자와 함께 지역 청년의 정주 여건(주거·취업·정착)을 포괄하는 지속가능한 고등교육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8966억 투입되는 ‘초광역 인재양성’…공유대학 난립에 인프라 중복투자 우려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에 신규 편성된 ‘초광역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8966억 원)’는 거점국립대 중심의 ‘5극3특 공유대학’(2133억 원)과 수도권-지방 연합 ‘첨단분야 공유대학’(1150억 원), ‘특성화 지방대학(글로컬)’(5455억 원) 등을 포괄한다.문제는 이들 사업이 반도체, AI, 모빌리티, 바이오 등 전략산업 분야를 동일하게 다루고 참여 대학군 역시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각 사업이 기업 연계형 교육과정이나 인증 마이크로디그리 운영 등 대동소이한 방식을 추진하고 있어, 대학별로 유사한 교육시설과 연구 장비를 제각기 별도 구축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산정책처는 글로컬대학이 이미 구축해 둔 기존 인프라와의 연계가 빠져 있다며, 사업 간 역할 분담과 자원 공동 활용 방안을 엄격히 마련해 중복투자를 차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1년 만에 ‘라이즈’서 ‘앵커’ 간판 교체…운영비 파행·‘20% 매칭 강제’에 지자체 비명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사업들도 매끄럽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립대학육성사업(2680억 원) 내에 신규 편성된 ‘특성화지원(300억 원)’은 국가중심국립대의 학과 구조조정과 R&D 협력을 목표로 하면서도 단년도 인센티브 방식으로 설계됐다. 다년도 지원이 담보되지 않으면 교육과정이 단절돼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다년도 계속 지원 체계로 전환하고 거점국립대 혁신사업과의 기능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아울러 1조 2000억 원이 편성된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앵커)’는 2025년 전면 도입한 ‘라이즈(RISE)’ 사업을 불과 1년 만인 2026년 4월 ‘앵커(Anchor)’로 개편하면서 지자체 조례 재개정, 대학 내 사업단 명칭 변경 등 극심한 행정 혼선을 낳았다. 더욱이 지자체 재정자립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방비 20% 의무매칭’을 일률 강제하면서 전북(35.85%), 전남(34.09%) 등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장 집행 파행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채수찬 전북앵커센터장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조 단위의 국가 핵심 사업임에도 사업 연도 막바지인 11월까지 당해 연도 사업비 규모조차 확정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교육부가 지자체에 권한을 넘긴다더니 불과 수개월 만에 평가를 거쳐 100억 원 이상을 깎거나 늘리는 ‘제로섬 게임식 줄세우기’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 센터장은 이어 “사업 기간이 3~4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뒤늦게 예산이 증감되면 신규 사업 발주나 장비 구입 외에는 실질적인 교육·R&D 혁신을 추진할 방법이 없다”며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은 교육부 예산을 끌어오기 위해 20% 지방비 매칭을 울며 겨자 먹기로 짜내고 있는데, 정작 중앙정부의 졸속 평가와 늦장 예산 확정 탓에 사업 집행의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산정책처 역시 잦은 구조 개편을 지양하고 지자체 재정 여건에 맞춰 지방비 매칭률을 차등화하는 한편, 성과지표 또한 단순 매칭 비율이 아닌 지역 내 실질 취업·정주율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기 공모사업 한계…블록그랜트 50% 확대 및 국·사립 균형 투자로 전환해야”
이처럼 대규모 교육예산 편성에도 불구하고 중복투자와 행정 혼선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단기 목적성 공모사업 중심의 투자 방식’이 지목된다. 백정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자문위원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고등교육재정은 단순한 운영비 지원(Cost)을 넘어 국가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Investment)로 인식되어야 한다”며 “특수목적사업비 위주의 지원을 대학이 자체 발전 전략에 맞춰 자율 집행할 수 있는 ‘블록그랜트(Block Grant) 방식의 일반재정지원’으로 전환하고, 그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백 자문위원은 특히 국립대와 사립대 간 심각한 재정 지원 격차를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았다. 국내 고등교육의 80%를 사립대학이 담당하고 있음에도 국립대학육성사업 예산이 2022년 대비 2026년 482.4%(7235억 원 증액) 폭증하는 동안 사립대학 지원 사업(대학혁신지원사업)은 3.0%(242억 원 증액) 증가에 그쳤으며, 교당 지원액 역시 국립대가 236.1억 원으로 늘어난 반면 사립대는 58.1억 원으로 줄어 4.1배에 달하는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 자문위원은 “정부가 2027년 거점국립대 혁신(7944억 원), 지방국립대 미래인재성장자금(6910억 원) 등 국립대 중심의 집중 투자를 예고하고 있지만, 지역 산업 실무인력 양성과 지역사회 인프라를 지탱하는 사립대와 중소규모 대학의 기능이 배제될 경우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이 붕괴될 수 있다”며 “특정 대학 유형에 편중되지 않는 균형 있는 투자와 함께 지역 청년의 정주 여건(주거·취업·정착)을 포괄하는 지속가능한 고등교육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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