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전체 농지의 47%가 임차 형태로 이용되는 현실을 반영해 30년 전 만들어진 농지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이번 농지 전수조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경자유전 원칙은 유지하되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임대차를 제도권으로 끌어올리고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농지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송 장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지 조사 후속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 브리핑에서 "(농지의) 임대차가 현실화, 활성화돼야 한다"며 "현재 임차 비율이 우리 농지의 47%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임대차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틀과 임차농이 보호받을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농지 전수조사를 계기로 농지 소유 중심으로 짜인 현행 제도를 실제 이용과 경작 현실에 맞게 손질할 계획이다. 농지법이 1996년 시행된 이후 농촌 인구 고령화와 상속농지 증가, 임대차 확대 등 농촌 여건이 크게 달라졌지만 현행 제도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송 장관은 "농지법은 30년 전에 만들어진 묵은 제도이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에 농지 이용의 틀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농지법 개정안도 30건에 달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농지를 실제 경작하는 사람이 소유하도록 한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 자체를 폐기하거나 개헌까지 추진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송 장관은 "경자유전을 그대로 해석하면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 원칙이 지향하는 것은 농지가 투기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고 식량안보를 위해 농지로 제대로 이용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헌 논의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 농지법 기준으로는 임대차 등에서 법 위반 사항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조사 과정에서 농지를 실제 경작하면서도 공식적인 임대차 관계가 없어 각종 지원에서 소외됐던 이른바 '그림자 농부' 문제가 확인됐다.
송 장관은 "암암리에 임대차를 하다 보니 자기 이름 없이 농사지은 분들이 이번 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이름을 찾았다는 경우가 있다"며 "이미 전체 농지의 47%가 임차인 상황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임대차를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현실을 반영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임대차를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면 실경작자가 각종 농업 지원에서도 권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종중 소유 농지나 미등기 상속농지 등에서는 실제 농사를 짓고도 적법한 임대차 계약을 맺지 못해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 장관은 "종중 땅이나 미등기 상속농지에서는 실제 농사를 짓고도 직불금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다"며 "임대차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되면 이런 분들도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우선 특별조치법을 통해 농지조사에서 확인된 비투기성 위반에 대한 처분을 하지 않고 2~3년가량의 특례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후 내년 상반기 농지법 개정을 추진해 임대차와 휴경 인정 사유를 확대하고 실경작자와 임차농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송 장관은 "현재 검토하는 특례기간은 2~3년 정도"라며 "그 기간 안에 농지법이 개정되면 앞으로 제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 부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농지법 위반으로 처분명령을 받은 농지까지 새 특례를 적용할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기존 처분명령을 이행한 사람과 아직 이행하지 않은 사람 사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장관은 "이미 처분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이번 특례를 적용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국회 단계에서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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