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와 드라마 제작 계약을 맺은 외주제작사가 주연배우 출연료를 실제 지급액보다 4억5000만원 부풀려 차액을 편취한 혐의가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KBS에 해당 업체를 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한국방송공사 기관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드라마 제작·투자와 인력·복리후생, 재난방송 인프라 등에서 총 17건의 위법·부당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확인됐다.
특히 감사원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KBS 2TV에서 방영된 외주제작 드라마 54편을 점검한 결과 모든 작품이 출연료와 원고료, 스태프 비용 등 항목별 제작비 산출 근거와 금액을 명시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3편은 제작비 지급자료 제출 의무를 임의 조항으로 바꾼 뒤 실제 집행 자료를 제출받지 않았다. 나머지 11편도 계약서에 제출 의무를 규정하고도 자료를 받지 않거나 적정성을 점검하지 않았다.
최근 2년 안에 제작된 드라마 10편의 경우 6편은 계약상 제작비보다 총 67억원을 적게 투입했다. 한 작품은 출연료 등을 줄여 계약상 제작비 58억원보다 9억원 적게 집행하기도 했다.
외주제작사의 제작비 편취 혐의도 확인됐다. KBS는 A업체 등 2곳과 총 95억원 규모의 드라마 제작 계약을 체결하고 A업체에 선급금 20억원을 지급했다.
A업체는 주연배우 출연료 총 10억원 중 5억5000만원은 배우 소속사에, 나머지 4억5000만원은 출연료 채권을 넘겨받은 B업체에 지급했다고 정산했다.
그러나 해당 소속사는 실제 출연료가 5억5000만원이었으며 10억원의 출연계약서를 작성하거나 B업체에 채권을 양도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B업체도 4억5000만원의 세금계산서를 발급 당일 취소하고 사흘 뒤 부가가치세 등을 더한 4억9000만원을 A업체에 되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A업체가 출연료를 부풀려 KBS에 4억5000만원의 손해를 끼친 사기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KBS 사장에게 A업체에 대한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국세청에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수한 혐의가 있는 A·B업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통보했다.
상위 직급에 편중된 인력 구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기준 KBS 일반직 3738명 가운데 G2 이상 상위 직급은 2144명으로 57.4%를 차지했다. G3 이하 중·하위직은 1594명으로 42.6%에 그쳤다.
KBS는 앞서 상위 직급 비율을 2025년까지 48.8%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실제 비율은 2021년 56.3%에서 지난해 57.4%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로 인해 일부 제작 현장에서는 원칙적으로 2명을 투입해야 하는 조연출을 1명만 배치하고 취재기자와 시설 유지보수 인력도 부족해지는 등 업무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상황에서도 과도한 복리후생제도를 유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4년 KBS의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는 399만원으로 공공기관 평균의 1.93배였다.
KBS는 업무상 필요 여부와 관계없이 전 직원에게 월 5만원 한도로 통신비를 지원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107억5000만원을 지출했다. 또 88억7000만원에 취득한 콘도·리조트 회원권 397개를 평균 이용률이 31.5%에 불과한데도 계속 보유했다. 2024년에는 회원권 25개의 계약 기간을 20년 연장하며 시설 유지관리비 1억7500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감사원이 2017년 경쟁 입찰 전환을 요구했던 시설 임대도 수의계약 방식이 유지됐다. KBS는 주차장과 웨딩홀, 커피숍 등 20개 시설을 공제회에 수의계약으로 임대했고, 공제회는 이를 통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얻은 이익 77억8000만원을 경조금과 장학금 등에 사용했다.
재난방송 체계도 미흡했다. 지난해 말 기준 9개 지역총국과 2개 지역국은 재난자막 송출시스템이 제대로 이중화되지 않아 장비 장애가 발생하면 자막을 내보내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진 성능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된 중요 방송시설 16곳도 보강공사가 2028년 이후로 예정돼 있었다.
감사원은 KBS에 재난자막 송출시스템 이중화와 경보음 자동 송출체계를 구축하고 내진 보강공사를 앞당기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KBS에 외주제작비 산출근거와 집행 증빙을 철저히 확인하고 상위 직급 편중을 해소하는 한편, 통신비 지원 축소와 콘도 회원권 매각, 공제회 임대시설의 공개 경쟁 입찰 전환 등을 추진하도록 요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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