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시동] 美 진출 문 여는 K원전…웨스팅하우스와 경쟁서 협력으로

  • AP1000 공급망 참여·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추진

  • 한국 기업 역할과 제3국 수주 효과는 아직 미지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형 원전 APR1400의 기술과 수출 권한을 놓고 소송까지 벌였던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협력에 나선다. 지식재산권 분쟁과 해외 입찰 갈등으로 맞서온 양측이 미국 사업을 계기로 경쟁 관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설계·기술과 한국 기업의 시공·기자재 공급 역량이 결합하면 K원전의 글로벌 수주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APR1400 기술·수출권한 다툼…체코 입찰서도 충돌

1일 업계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와 한전·한수원의 갈등은 APR1400에 자사 기술이 쓰였는지를 둘러싼 지식재산권 문제에서 비롯됐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고 한국 기업이 자사 동의 없이 APR1400을 해외에 수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수원은 폴란드 원전 사업 수주를 추진하고 있었다. 한국 측은 APR1400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미국 법원은 이듬해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원자력법 위반을 직접 다툴 자격이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다만 APR1400의 기술 권리나 수출 제한을 둘러싼 양측의 계약상 쟁점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소송은 기각됐지만 기술사용료와 수출 권한을 둘러싼 갈등은 해외 원전 사업에서 계속 쟁점으로 남았다.

갈등은 2024년 체코 원전 입찰에서 다시 불거졌다. 체코가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하자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의 기술 사용과 수출 권한에 문제가 있다며 현지 경쟁 당국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양측은 2025년 1월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합의를 발표하고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정리하기로 했다.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지만 합의만으로 해외 사업의 협력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서 협력 시작…글로벌 수주 경쟁력 시험대

이번 한·미 원전 협력은 양측이 경쟁 관계를 넘어 각자의 강점을 결합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웨스팅하우스가 원전 설계와 기술을 맡고 한국 기업이 건설·시공과 기자재 공급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각자 단독으로 참여할 때보다 해외 사업에서 역할을 넓힐 여지가 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APR1400 수출과 별도로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사업에 공급망으로 참여하는 길도 열릴 수 있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 기업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도 양측의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웨스팅하우스의 의결권을 포함한 보통주 지분 5∼10%를 기업공개(IPO) 가격 대비 10% 할인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인 투자 조건은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확정할 계획이다.

지분 인수가 성사되면 한국 기업은 시공·기자재 공급 외에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 상승이나 배당 등을 통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한국 기업이 실제로 맡을 사업 범위와 물량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협력의 외연이 넓어지더라도 자동으로 APR1400의 제3국 수주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 수출 분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업별 역할과 권한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남은 과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AP1000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우선 고려한다는 방침을 설명하면서도 구체적인 참여 규모와 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한국 기업의 설계·조달·시공(EPC)과 기자재 공급 역량을 미국 측도 알고 있다"며 "관련 역량이 사업에서 충분히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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