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군이 지난해 9월 사고 현장 일대에서 식별한 징후를 ‘지형 변화’라고 표현한 것을 집중 추궁했다. 북한의 지뢰 매설이 의심되는 상황을 불명확한 용어로 설명해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했다는 주장이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적이 지뢰를 매설한 지역으로 추정된다’는 용어를 왜 쓰지 못하느냐”며 “그 용어를 쓴 다음 확인되면 지뢰지대로 쓰면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9월 관련 징후를 포착한 이후 군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도 “지뢰 매설을 지형 변화라고 국민께 보고한 여러분들이 정치적인 언어를 쓴 것”이라며 “국민에게 보고할 때 간결하고 명확하게 보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성 의원은 군이 제때 현장을 조사하지 않아 증거 유실 우려와 국민적 불신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 2발과 장병들이 목격했다고 진술한 미폭발 지뢰, 이날 현장조사에서 추가 발견된 지뢰를 거론하며 직경 약 4m의 좁은 범위에 지뢰 4발이 몰려 있었던 것은 유실이 아닌 매설이라고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군이 사고 초기부터 북한 지뢰일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었는데도 발표가 늦어졌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총회 일정과 대북 메시지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대통령의 정치 일정을 국가 안보보다 더 우선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며 북한이 MDL 이남에 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했다면 그 자체로 고의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민주당은 군의 대응이 현장 위험성과 조사 절차를 고려한 조치였다며 야당의 비판을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이날 조사팀이 현장에서 지뢰를 추가 발견한 점을 들어,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각적인 병력 투입을 요구하는 것은 추가 사고 위험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즉시 투입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요구에 대해서는 국방부 차원에서 단호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일부 정치권의 주장으로 군이 늑장 대응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성회 민주당 의원도 조사 지연이나 북한을 감싸기 위한 은폐 의혹에 대해 “군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야말로 국가의 안보를 흔드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번 사고 현장이 새로 수색로를 개척해야 하는 위험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상응하는 조치에 나서기 전 지뢰의 매설 시기와 경위를 신중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유엔총회 일정 때문에 군이 조사나 발표를 늦췄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반박에 나섰다. 박 의원은 군이 지난해 9월부터 해당 지역을 주시했고, 올해 초부터 유엔사와 현장조사를 준비해 왔다는 점을 짚었다.
이어 합참과 유엔사가 9월 28~29일 합동조사 일정을 정하자 25사단이 사전 수색로 개척을 위해 21일 작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고려했다면 조사 일정을 아예 더 늦추거나 그전에 마무리했을 것”이라며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북한의 MDL 이남 지뢰 매설과 관련한 지적에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다만 우리 장병들의 진입을 예상하고 피해를 주려 했는지,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과정에서 지뢰가 매설된 것인지 등을 추가 확인해 고의성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부연했다.
또 강 장관은 조사 지연·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지만 군사작전”이라며 “군사적으로 평가한 것이지 은폐·지연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상응 조치에 관해서는 “그것 또한 작전”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국방위는 이날 현안보고와 질의를 마친 뒤 양당 간사 협의를 거쳐 북한을 규탄하는 결의서 채택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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