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더 오래, 더 은밀하게…'서희함'에서 본 한화오션 잠수함 기술력

  • AIP·리튬이온전지 결합…탐지·타격 성능 높인 장보고-Ⅲ 배치-Ⅱ

  • 평택함 대공·대잠전 능력 강화…블록 대형화로 작업기간 단축

한화오션 특수선 안벽에 계류중인 장보고-Ⅲ 배치-Ⅱ 2번함 ‘서희함’사진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특수선 안벽에 계류중인 장보고-Ⅲ 배치-Ⅱ 2번함 ‘서희함’[사진=한화오션 제공]

'안전을 두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입구에 들어서기 전, 건물 외벽에 붙은 커다란 문구가 눈길을 붙잡았다. 기자단을 태운 버스가 건조 중인 거대한 선박들 사이를 지나는 동안 사내 소방서 ‘2119’도 모습을 드러냈다. 특수선 건조 구역에 도착하자 안전에 더해 보안이 더 강조됐다. 기자들의 휴대폰에는 각각 보안 스티커가 붙었다. 함선을 만드는 조선소 안에서도 해군의 전투함과 잠수함이 탄생하는 이곳은 한층 엄격한 통제 아래 놓여 있었다.
 
철저한 보안 절차를 거친 뒤 마주한 것은 차세대 잠수함 ‘서희함’이었다. 사다리를 타고 차세대 잠수함 ‘서희함’ 내부로 내려서자 길게 뻗은 통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폭은 성인 남성의 어깨너비보다 조금 넓은 정도. 그 좁은 길 양옆으로 생활관과 의무실, 식당은 물론 화장실과 샤워실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바닷속에서 먹고 자며 전투까지 치러야 하는 승조원들의 일상이 하나의 통로를 따라 촘촘히 이어져 있었다.
 
지난 15일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승함한 서희함은 장보고-Ⅲ 배치(Batch)-Ⅱ 2번함이다. 올 하반기 진수를 앞둔 이 잠수함은 약 3600t급으로 길이가 약 89m에 달한다. 장보고-Ⅲ 배치-Ⅰ도산안창호함의 길이가 약 84m인 것과 비교하면 선체가 커졌다. 그러나 내부에서 먼저 다가온 것은 크기보다 공간의 밀도였다.
 
함내에서는 선수 쪽 수평 어뢰발사관과 후방 쪽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직발사관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승조원들이 먹고 쉬는 공간과 수중·지상 표적에 대응하는 무장이 하나의 선체 안에 함께 들어가 있는 셈이다. 제한된 공간에 다양한 기능을 담아내면서 승조원의 생활과 작업 동선을 확보해야 하는 잠수함 설계의 무게가 느껴졌다.
 
서희함의 핵심 변화는 눈에 보이는 선체 규모만이 아니다. 한화오션이 개발한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리튬이온전지를 결합해 수중 작전 지속능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AIP는 잠항 중 외부 공기를 공급받지 않고도 추진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체계다. 여기에 리튬이온전지를 결합해 수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와 운용의 폭을 넓혔다.
 
잠수함에 오래 잠항할 수 있다는 것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필요를 줄이고, 은밀하게 임무를 이어갈 여지가 커진다는 의미다. 한화오션은 AIP와 리튬이온전지를 결합한 이 추진체계가 세계 최초 사례라며, 디젤 잠수함 가운데 세계 최장 수준의 잠항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탐지와 타격 성능도 개선했다. 잠수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체계와 눈·귀 역할을 하는 소나체계의 성능을 높여 정보처리와 표적탐지 능력을 강화했다. SLBM을 통한 육상표적 타격능력도 갖췄다. 기존 배치-Ⅰ보다 은밀성과 생존성 등 전반적인 성능을 높였으며, 전체 국산화율은 약 80%다.
 
한화오션 특수선 건조구역에서 진수를 마친 울산급 배치-Ⅲ 5번함 평택함
한화오션 특수선 건조구역에서 진수를 마친 울산급 배치-Ⅲ 5번함 평택함[사진=한화오션 제공]
서희함에서 나와 울산급 배치-Ⅲ 5번함 ‘평택함’에 오르자 공간감이 달라졌다. 좁은 잠수함 통로를 지난 뒤여서인지 상대적으로 넓고 쾌적하게 느껴졌다. 수중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잠수함과 해상에서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는 호위함의 차이가 승함 경험에서도 드러났다.
 
지난달 중순 진수한 평택함은 현재 장비와 시스템의 작동을 점검하는 STW(Setting To Work)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0월 정박시운전에 들어가 시험평가를 거친 뒤 2027년 12월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약 3600t급인 평택함은 길이 약 130m, 폭 약 15m 규모다. 5인치 함포와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 함대함·전술함대지유도탄, 장거리 대잠어뢰 등을 탑재해 해상과 수중, 육상의 위협에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복합센서마스트에는 적외선 탐지추적 장비와 국내 기술로 개발한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가 배치된다. 레이더는 네 면에 고정된 형태로 전 방향의 대공·대함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다수의 대공 표적에 동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로 소음을 줄이고, 선체 고정형 소나와 예인형 선배열 소나를 함께 운용해 대잠전 능력도 높였다.
 
현장에서는 성능만큼 건조 속도도 경쟁력으로 소개됐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평택함의 건조부터 시운전과 인도까지 걸리는 기간을 약 30개월로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선대에 올리는 선체 블록을 대형화해 탑재 수량을 절반가량으로 줄였으며, 이를 통해 작업 기간을 1~2개월 단축했다고 밝혔다. 이 공법은 향후 울산급 배치-Ⅳ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건조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두 함정의 건조를 뒷받침하는 생산시설에서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승함에 앞서 찾은 특수선 제4공장은 높은 층고부터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거제조선소의 최신 특수선 공장으로, 총면적은 1만2000여㎡다. 잠수함 건조와 수상함 실내 조립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시설이다. 한화오션은 수상함과 잠수함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이 같은 시설은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특수선 4공장에 배치돼 자동으로 자재를 옮겨주는 스마트 물류로봇 사진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특수선 4공장에 배치돼 자동으로 자재를 옮겨주는 스마트 물류로봇 [사진=한화오션 제공]
공장 운영의 중심에는 AI 기반 스마트 통합관제 시스템이 있다. 스마트크레인은 장애물 자동회피와 흔들림 방지, 인양물 정렬 기능을 갖췄다. 무거운 함정 구조물을 옮기는 작업에서 사고 위험을 줄이고 정밀한 작업을 돕기 위한 설비다. 배관제작공장에서는 절단과 굽힘 등 제작 공정을 자동화했다.
 
실내 작업공간의 확보는 건조 일정과도 연결된다. 기상 상황의 영향을 줄여 작업을 이어갈 수 있고, 대형 블록을 실내에서 제작·조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제4공장을 울산급 배치-Ⅲ 5·6번함과 배치-Ⅳ 1·2번함의 건조 작업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준공한 지 약 1년 된 별도 발사관 전용 공장에서는 자율주행 로봇 두 대가 자재를 내보내고 운반하고 있었다. 수기로 관리하던 자재에는 바코드가 적용됐다. 거대한 함정을 만드는 현장에서 자재 하나의 이동과 관리 방식까지 바꾸며 생산 효율을 높이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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