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사랑한 프랑스 깔래 신부와 순교자 박상근…대구가톨릭대서 만나는 160년 전 인연

  • 병인박해 속 깔래 신부·복자 박상근의 인연 조명

  • 친필 편지·묵주·라바 등 안동교구 소장 희귀 자료 공개

대구가톨릭대 박물관 특별전 ‘조선을 사랑한 이방인 기억되다’ 포스터사진대구가톨릭대
대구가톨릭대 박물관 특별전 '조선을 사랑한 이방인, 기억되다' 포스터.[사진=대구가톨릭대]
대구가톨릭대 박물관이 160년 전 병인박해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연을 맺은 프랑스 선교사와 조선인 신자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당시 선교사의 친필 편지와 묵주 등 희귀 자료도 공개된다.

21일 대구가톨릭대에 따르면 박물관은 오는 11월 27일까지 특별전 '조선을 사랑한 이방인, 기억되다–박해가 맺어준 프랑스 신부와 조선 신자의 우정'을 개최한다. 2026년 대학박물관 진흥지원 사업의 하나로 마련된 전시다.

이번 특별전은 19세기 조선 천주교의 전래와 박해를 배경으로 프랑스 선교사 깔래 신부(Nicolas Adolphe Calais·1833~1884)와 복자 박상근 마티아(1837~1867)가 맺은 인연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깔래 신부가 남긴 친필 편지다. 1856년 프랑스 낭시교구 신학생 시절부터 선종 전해인 1883년까지 고향 크리옹으로 보낸 편지가 관람객들에게 공개된다.

편지에는 '무당', '하날의 계신 우리드의 아비신(하늘에 계신 우리들의 아버지이신)' 등 당시 조선 교회에서 사용한 옛 한글 표현이 담겨 있다. 19세기 조선의 언어와 천주교 선교 활동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다.

깔래 신부의 삶을 보여주는 유품도 전시장에 나온다. 생전 착용했던 프랑스식 성직자용 목깃인 라바(Rabat) 조각을 비롯해 1858년 형 도미니크에게 보낸 묵주, 조선 파견 전후 촬영된 사진 등이 전시된다.

1895년 작성된 순교자 기록 '치명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병인박해 당시 신앙을 지켰던 박상근 복자를 비롯한 천주교인들의 삶과 순교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160여 년 전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후손들에게도 이어졌다. 깔래 신부와 박상근 복자가 헤어진 지 158년이 흐른 2024년 깔래 신부의 형 도미니크 후손과 박상근 복자의 둘째 형 박왕근 후손들이 마원성지에서 만났다.

두 집안 후손의 만남은 오랜 세월 역사 속에 묻혀 있던 깔래 신부와 박상근 복자의 관계를 다시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에서 이들의 만남과 그 배경도 함께 소개한다.

소식을 접한 대구가톨릭대 한 학생은 "교과서나 책에서 접했던 역사를 학교 박물관에서 실제 자료를 통해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된다"며 "160여 년 전 한국과 프랑스를 이어준 두 사람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다가올 것 같다"고 전했다.

손계영 대구가톨릭대 박물관장은 "한국 천주교회 역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등불이 되었던 깔래 신부의 발자취가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울림으로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별전 개막식은 오는 31일 오후 2시 박물관 1층 로비에서 열린다. 성한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을 비롯해 김성애 명예관장, 이난희 총동창회장, 안동교구 사목국장 황영화 신부와 지역 박물관·도서관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전시는 오는 11월 27일까지 이어진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며 공휴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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