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거나 뇌 심부를 자극해 치매·파킨슨병 등을 치료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신경세포가 활동한 시점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세포에서 신호가 발생했는지까지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과학연구소 이창혁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전기와 빛 신호를 하나의 반도체 칩에서 동시에 감지하는 차세대 BCI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과 치매, 뇌전증 등 뇌질환을 정밀하게 진단·치료하려면 신경세포가 활동한 시점과 세포 종류를 함께 파악해야 한다. 전기 신호를 통해 활동 시점을 확인하고 빛 신호로 세포 종류를 구분할 수 있지만, 기존 기술로는 두 신호를 하나의 칩에서 동시에 읽어내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전기 신호를 감지하는 전극과 빛 신호를 읽는 광센서를 하나의 반도체 칩에 집적했다. 머리카락 굵기의 실리콘 침 13개에 전극 416개와 빛 감지 화소 832개를 배치해 어떤 신경세포가 언제 반응했는지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전극만 뇌에 삽입하고 신호처리 칩은 뇌 밖에 두는 뉴럴링크 방식과 달리, 이번 칩은 최소 침습 방식으로 뇌에 이식된다. 세포 크기의 센서를 뇌 안에 3차원으로 배치해 신경세포 내부의 정보처리 과정까지 광신호로 읽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작비도 크게 낮췄다. 연구팀은 스마트폰 등에 활용되는 범용 상보형금속산화물반도체(CMOS) 공정과 3차원(3D) 프린팅 기반 후공정 기술을 결합해 성능을 유지하면서 제작비를 기존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국내 반도체 파운드리·팹리스 인프라를 활용해 칩을 생산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이를 기반으로 소규모 연구기관도 목적에 맞는 신경 탐침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파킨슨병·치매·우울증 등의 정밀 진단과 특정 세포만 선택적으로 자극하는 맞춤형 전자약, 고도화된 뇌-AI 인터페이스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정밀 BCI와 뇌질환 치료를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세포가 활동하는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광반도체 BCI라는 새로운 기술 분야를 제시하고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강점을 BCI 산업으로 연결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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