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제2의 장윤기 사건이 나오지 않으려면

권규홍 법조탐사팀 기자
권규홍 법조·탐사팀 기자

오는 10월 검찰의 기소와 수사 기능이 분리된 공소청과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의 출범을 앞두고 여당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광주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와 사건 은폐 의혹이 제기됐고, 이 과정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인해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과연 맞는 것인지 정치권과 법조계를 포함해 사회 전반으로 찬반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보완수사권이란 경찰이 수사해 송치한 사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경우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여당은 이를 존치할 경우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당초 검찰개혁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며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검찰 정권이라 불렸던 윤석열 정부에서의 무자비한 기소에 큰 고초를 겪었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검찰의 보완수사가 이번 장윤기 사건처럼 경찰의 부실 수사만을 검증하는 도구로 쓰이지 않고 제 식구 감싸기로 활용됐던 전례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2013년 경찰은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검사 출신 김학의 법무부 차관 사건을 수사한 뒤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친 뒤 돌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충분한 증거와 목격자, 증언들이 넘쳐났고 김 전 차관의 얼굴이 찍힌 사진도 언론에 공개됐지만 당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검사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또한 검찰은 2015년 한동훈 의원의 처남이자 역시 검사였던 진동균의 후배 여검사 성폭력 사건에 제대로 된 수사 한번 하지 않았고, 친윤검사였던 윤대진의 형 윤우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사건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여러 번 기각한 뒤 마지못해 보완수사를 거쳤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주면 안 된다는 사례가 산적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억울한 국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엄격한 조건하의 예외적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당에 제안했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 등 정부 인사들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로 인해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모씨도 최근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자 여당은 대안으로 '보완수사 요구권' '재수사 요청권' 두 가지를 들고 나왔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중수청 출범 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과연 통제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정부 수립 초기부터 군사 정권에 이르기까지 자행됐던 민간인 학살과 무자비한 체포·고문 등 경찰의 무수한 흑역사 역시 검찰의 과오와 비교하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세간의 평가가 뒤따르고 있고, 이번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경찰이 조직적인 사건 은폐를 했을 때 어떻게 진상을 밝힐 수 있을지도 정부·여당의 과제로 남았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개혁안도 정책의 정교함이 떨어지거나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실패한다. 이미 이전 많은 정부에서 개혁을 내걸고 출범했던 정책들이 오래가지 못하고 논란만 거듭 됐으며 대중들의 기억 속에 뚜렷한 인상을 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멀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를 거쳐 이재명 정부까지 이어진 검찰 개혁을 정부·여당이 기필코 성공시키고자 한다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실효성 있는, 재론의 여지조차 없는 단단한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제2의 장윤기 사건을 막고 다시는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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