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탐사기획] "광고비 0원"이라더니 수백만원 편취…자영업자 울린 광고대행

  • 포털·정부기관 사칭해 장기 약정과 선결제 유도

  • 해지 요구하면 과도한 위약금…환불 미루다 잠적

  • 사업자 거래라는 이유로 소비자보호 '사각지대'

[편집자주]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합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발품'은 20~30대 기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나고 목소리를 기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경제·산업·정치·사회·부동산·문화를 가리지 않고, 삶과 맞닿은 모든 현장을 추적합니다. 문제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끝까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발품'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기 위해 한 번 더 확인하고 집요하게 묻겠습니다. 독자가 미처 닿지 못한 곳까지 대신 걸어가겠습니다.

"신규 입점을 축하드립니다. 네이버 플레이스 담당자입니다."

"이번 분기 정부 지원사업 대상에 선정되셨습니다. 지역 대표 업체로 홍보해 드리겠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가게 문을 연 자영업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이다. 식당과 카페는 물론 병원, 학원, 공방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전화를 거는 업체도 한두 곳이 아니다. 적게는 하루 10여 통, 많게는 수십 통씩 전화가 쏟아진다. 영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집요하게 연락하는 곳도 있다.

전화의 발신자는 대부분 사설 광고대행업체다. 일부는 정상적인 광고 영업을 넘어 포털이나 국가기관을 사칭하고, 비용을 숨긴 채 장기 계약과 카드 결제를 유도한다. 주요 표적은 '네이버 플레이스'에 새로 등록된 점포다. 개업 직후 불안감이 큰 초보 자영업자들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걸려온 공식 안내라고 믿기 쉽다.
 
플레이스 등록 1분 만에 "네이버 공식 대행사"…늪 빠지는 자영업자
사진최인혁 기자
서울 강동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임다은씨가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 만나 광고대행 업체로부터의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최인혁 기자]
서울 강동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임다은씨도 지난 3월 이런 전화를 받았다. 카페를 네이버 플레이스에 등록한 지 1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전화를 건 업체는 자신들을 '네이버 공식 대행사'라고 소개하며 카페 홍보를 맡아주겠다고 했다. 첫 자영업에 대한 불안감이 컸던 임씨에게 업체는 사업 초기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듯 접근했다. 그러면서 마케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카페를 1년만 하다가 그만둘 것이냐"는 식으로 압박했다. 빠른 말로 설명과 회유를 이어가며 판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임씨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통화에 얼떨결에 카드 번호를 알려줬다. 통화 중 '결제'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업체는 "일단 카드 번호만 알려주시면 한도 승인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카드 번호를 넘기자 곧바로 결제가 이뤄졌다. 임씨는 "개인정보까지 요구하는 것이 이상해 아무것도 진행하지 말아 달라고 명확히 거절했지만, 통화 중 이미 3년 약정과 12개월 할부 조건으로 237만6000원이 결제됐다"며 "구체적인 상품 설명도 듣지 못했고, 결제가 끝난 뒤에야 이메일로 계약서가 일방적으로 전달됐다"고 했다.

임씨는 제공받은 서비스가 전혀 없다며 결제 취소를 요구했다. 하지만 업체는 위약금 20%를 제외한 금액만 돌려주겠다고 고집했다. 임씨가 "실제로 진행된 홍보가 없는데 무슨 위약금이냐"고 강하게 항의하자 전액 환불을 약속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다. 업체는 전산 시스템 문제를 이유로 한 달 가까이 결제 취소를 미뤘다. 이후에는 처음 듣는 '광고 세팅비'가 발생했다며 위약금 20%를 공제한 금액만 환불했다. 임씨가 재차 항의하자 위약금을 10%로 낮춰주겠다며 합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임씨는 카드사와 소비자 분쟁 관련 기관에 문의한 뒤 금융감독원에 사건 경위와 부당성을 적은 민원을 접수했다. 금감원 민원이 카드사와 업체로 전달된 뒤 지난달 8일 결제금 전액을 돌려받았다. 문제는 임씨처럼 전액을 환불받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상당수 자영업자는 광고대행업체와 장기간 실랑이를 벌이다 생업에 지쳐 환불을 포기한다.

실제 울산에서 공예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희은씨(가명)는 결국 피해금 회수를 포기했다. 업체는 김씨에게 국가가 광고 비용의 90%를 지원하는 사업인 것처럼 설명하며 계약을 유도했다. 그러나 약속한 마케팅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카드 할부 기간도 계약서에 적힌 내용과 다르게 청구됐다.

김씨가 계약 해지를 요청하자 업체는 추가 입금까지 요구했다. 당장 해지하면 위약금이 크다며 1년 뒤 해지하도록 유도한 뒤, 기한이 되자 약 87만원을 먼저 보내면 기존 결제액 전부를 취소해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김씨가 신속한 해결을 기대하며 돈을 송금하자 업체는 연락을 끊었다. 피해자들이 단체 고소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100만~200만원대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소송 비용과 시간을 부담하기에는 현실적인 벽이 높았다. 피해액이 소송 비용보다 적거나 비슷한 경우가 많아 대응을 포기하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사업자 계약이라 소비자보호 대상에서 제외…'제도 미흡'이 피해 키워
사기성 온라인 광고 영업 피해는 늘고 있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법률상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로 분류된다는 점이 문제다. 카드 결제 취소와 할부항변권 행사, 분쟁조정 신청 등 대응 수단이 있지만 실제 피해 회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업해 접수한 사기성 광고대행 관련 신고는 2025년 345건에서 2026년 1357건으로 급증했다. 광고대행업체가 과도한 매출 상승을 약속하거나 계약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아주경제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기성광고대행 관련 신고 접수 현황은 2025년 345건에서 2026년 1357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아주경제]
그러나 피해 사업자가 신용카드 할부 결제의 취소나 할부항변권을 요구해도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은 할부거래법 제16조에 따른 할부항변권이 기본적으로 소비생활을 위한 거래를 전제로 한다고 보고 있다.

사업자가 영업이나 상행위를 위해 광고대행업체와 계약했다면 소비 목적의 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카드사 역시 이 같은 이유로 해당 결제를 임의로 취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원석 법무법인 샤 변호사는 "온라인 광고 서비스 계약은 전형적인 상행위 목적의 거래로 볼 가능성이 크다"며 "사업 홍보를 위한 계약인 만큼 소비자와 같은 지위를 인정받기 어렵고, 할부거래법상 항변권이나 청약철회권 적용도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도 사업 홍보를 위해 광고 서비스를 이용한 사업자를 통상적인 소비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계약의 목적이 영업활동에 있는 만큼 소비자분쟁 해결 절차를 직접 적용하기 어렵고, 적극적인 중재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민사소송이나 형사 고소를 검토할 수는 있다. 그러나 피해액이 크지 않으면 변호사 선임비와 소송 기간, 입증 부담 때문에 대응을 포기하기 쉽다. 광고의 효과나 서비스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분쟁조정 제도도 실질적인 구제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2025 전자거래분쟁조정사례집'에 따르면 온라인 광고 관련 분쟁 상담은 2023년 8724건에서 2025년 4983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분쟁조정 신청은 매년 1500건대 수준을 유지했다.
 
그래픽아주경제
2025 전자거래분쟁조정사례집의 분쟁조정 제도 상담 및 신청 현황.[그래픽=아주경제]
문제는 신청이 실제 합의와 피해 회복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조정 신청 사건 중 각하나 취하 등으로 성립되지 않은 사건이 유효 신청 건수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업자는 많지만 상당수 사건이 정식 조정 단계에 이르지 못하거나, 조정이 성립되지 못한 채 끝나는 것이다.

또 분쟁조정이 당사자 간 합의를 유도하는 역할에 머물다 보니 광고대행업체가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거나 합의안을 거부해도 이를 강제할 수 없다. 결국 피해자는 별도의 민·형사 절차에 나서야 하지만, 시간과 비용 부담 때문에 대응을 중단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와 사업자를 형식적으로 구분하는 현행 제도만으로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계약 해지와 카드 결제 분쟁, 서비스 미이행 여부 등을 신속하게 판단하고 강제할 수 있는 별도의 조정·중재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상훈 의원은 "사기성 온라인 광고대행 피해 신고가 1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피해자 대부분이 '사업자'로 분류돼 소비자 보호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소상공인을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별도의 조정·중재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점포 등록 순간 정보 긁혀 30~40곳이 무차별 전화…광고 시장 전체 망가뜨려"
광고대행업계 내부에서도 사기성 업체의 영업 구조가 시장 전체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지난달 8일 광고대행사 '광고백서'를 운영하는 이진우 대표를 만나 업계의 영업 방식에 대해 들었다.
 
지난달 8일 부산에 위치한 광고백서 사무실에서 이진우 광고백서 대표가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박승호 기자
이진우 광고백서 대표가 지난달 8일 부산에 위치한 광고백서 사무실에서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승호 기자]
이 대표는 "자영업자가 매장을 여는 순간부터 영업이 시작된다"며 "네이버 플레이스에 신규 등록을 마치면 대행사들이 데이터를 긁어모아 많게는 30~40개 업체가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건다"고 했다. 그는 "'네이버 공식 대행사'나 '마케팅팀'이라고 말하며 중장년층 자영업자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장기 계약을 유도하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일부 업체가 정상적으로 마케팅을 수행하기 어려운 인력 구조를 갖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영업 인력이 100명인데 실제 광고 실무 인력은 2~3명에 불과한 업체도 있다"며 "직접 마케팅을 하기보다 다단계 하청 구조로 업무를 넘기고, 회사 운영비를 확보하기 위해 12개월 이상의 장기 계약을 강제하는 '돌려막기식 운영'을 한다"고 했다.

마케팅 지식이 부족한 자영업자와 업체 간 정보 격차도 악용된다고 했다. 일반 음식점에 불필요한 홈페이지를 만들어준다며 100만원이 넘는 돈을 받거나, 품질이 낮은 짧은 동영상 몇 편에 수십만원을 청구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런 영업이 정상적인 광고대행사까지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사기성 영업으로 광고대행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내부 종사자가 실명으로 고발하면 대형 조직을 갖춘 업체가 블로그 공격이나 여론 조작을 통해 회사를 고의로 무너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고 토로했다.
 
상호에 '플레이스' 넣고 포털 담당자인 것처럼…소비자 판단 흐려 제재 비켜가
민생상생연구소 최진혁 소장도 피해 자영업자들의 내용증명과 고소장 작성을 돕고 민사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활동명 '불굴의 도라이버'로 알려진 최 소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광고대행업체의 실명과 영업 수법을 공개해 왔다.

최 소장은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아주경제 탐사보도팀과 만나 일부 업체의 핵심 수법으로 '포털 사칭'과 '공공기관 사칭'을 꼽았다.

포털 사칭 업체들은 법인이나 사업체 상호에 '플레이스' 또는 '지도' 등의 단어를 넣어 등록한다. 이후 전화로 "플레이스 담당자"라고 소개한다. 포털 회사 직원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면서도, 서류상 상호를 말했다고 주장해 카드사나 수사기관의 초기 제재를 피해 간다는 것이다.

정부기관이나 공신력 있는 협회를 사칭하는 방식도 자주 이용된다. 최 소장에 따르면 광고대행사 '비○홀딩스'는 정식 상호 대신 '센터' 또는 '협회'가 포함된 명칭으로 자영업자와 소통하며 '한국소비자인증'이라는 현판을 만들어 보내주겠다며 영업을 했다. 하지만 이를 공식 발행하는 기관인 한국소비자평가 측이 보내온 내용증명에는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 게시물과 현판이 한국소비자평가의 공식 발급품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 평가 구조와 표현을 모방한 것으로 사용을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광고대행업체가 한국소비자평가의 ‘한국소비자인증’을 모방한 허위 광고로 자영업자들을 현혹해 피해를 입힌 사례 사진아주경제
광고대행업체가 한국소비자평가의 ‘한국소비자인증’을 모방한 허위 광고로 자영업자들을 현혹해 피해를 입힌 사례. [사진=아주경제]
아울러 최 소장은 광고대행업의 낮은 진입 장벽도 피해 업체가 양산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 업체에서 영업 방식을 배운 직원들이 '직접 회사를 차리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퇴사한 뒤 점조직 형태로 업체를 만든다"며 "10만~20만원 수준의 적은 자본으로도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수사기관의 안일한 대응도 꼬집었다. 그는 "피해자가 일부 금액을 환불받으면 경찰이 사건을 가볍게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며 "피해자 4500명이 고소한 광고대행업체 '위○커머스' 사건도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이 사기 혐의보다 민사상 계약 분쟁에 가깝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 소장은 "피해 사업자는 소비자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어렵지만, 계약서의 과도한 위약금 조항은 약관법을 통해 다툴 수 있다"며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덧붙였다. 약관법 제8조가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을 무효로 규정하므로 계약 해지 때 블로그 게시물 한 건당 수십만원이 청구되는 과도한 위약금 조항은 무효라는 것이다.
 
"첫 통화에 비용 말하면 계약률 떨어져"…매뉴얼 갖추고 기망 영업 활황
일부 광고대행업체의 영업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최근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네이버 플레이스의 리뷰 기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2020년 전후에도 광고대행업체의 기망적인 영업으로 피해를 봤다는 점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그러나 피해가 반복되는 동안에도 이를 막을 제도는 마련되지 않았다. 오히려 제도의 공백을 틈타 이들의 영업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지난달 한 광고대행업체의 직원 채용 공고에 지원해 면접을 거친 뒤 신입 직원 교육에 직접 참가했다. 이 업체의 영업 전략은 '광고비 전액 지원'이었다. 네이버 플레이스 성공 사례로 선정됐다며 광고비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리비' 또는 '솔루션 비용' 명목으로 1년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약 290만원을 요구했다. 광고비라는 이름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수백만원대 유료 계약이었다. 업체는 통화 내용과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첫 통화에서 해야 할 말은 A4 용지에 세 줄 정도로 정리돼 있었다. 자영업자가 거절하거나 질문할 때 사용할 답변도 반응별로 준비돼 있었다.

첫 통화는 50초에서 1분 안에 끝내도록 했다. 이때 비용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도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교육 과정에서 "1차 통화에서 290만원의 관리비를 먼저 말하면 계약 성사율이 30%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첫 통화에서는 관리비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말했다. 치밀하게 짜인 첫 통화의 목적은 8~9장 분량의 제안서를 자영업자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료 지원 사업으로 관심을 끈 뒤, 제안서와 후속 통화를 통해 비용을 제시하고 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교육 과정에서는 경쟁 광고대행업체의 마케팅 방식이 불법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업체는 '크몽'과 '숨고' 등 전문가 중개 플랫폼에서 건당 5000원에서 1만원에 판매되는 일부 블로그 리뷰 상품이 가짜 인터넷주소(IP)를 사용하는 불법 패킷 프로그램에 의존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방식은 네이버 시스템에서 어뷰징으로 판정돼 플레이스가 영구 삭제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가짜 계정이나 비실명 계정이 아니라 100% 실명 인증된 계정과 일정 등급 이상의 블로그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고객센터의 '어뷰징 요소 판정 기준'은 불법 프로그램뿐 아니라 다수 계정을 이용한 접속, 검색광고 업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과도한 허위 클릭 유발 등을 어뷰징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계정의 실명 인증 여부와 관계없이 인위적으로 리뷰와 조회수를 늘렸다면 포털 생태계를 교란하는 규정 위반인 것이다.
 
"공식 대행사·정부 지원·상위 노출 보장 의심해야…전형적인 위험신호"
자영업자를 기망하는 광고대행 영업이 늘면서 피해 예방을 위한 각종 가이드라인도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사기성 영업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제도는 여전히 미흡해 영세 사업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네이버 공식 대행사'나 '정부 지원 대상', '상위 노출 보장'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업체는 일단 의심하고 사실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전화로 계약을 재촉하거나 선결제를 요구하고, 해지 때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구조는 전형적인 위험 신호"라며 "통화 녹취와 문자메시지, 계약서, 결제 내역 등 관련 증거를 빠짐없이 남겨야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관련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온라인 광고대행 불법행위 대응 태스크포스(TF)'의 2026년 1분기 수사 의뢰 검토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정부 지원사업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계약을 체결한 행위, 매월 소액만 납부하는 것처럼 설명한 뒤 동의 없이 수년치 금액을 선결제한 행위, 매출 상승이나 전액 환불 약속을 지키지 않은 행위, 중도 해지 때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한 행위 등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공정위는 신고가 반복적으로 접수된 광고대행업체를 검토한 뒤 이 가운데 18곳을 수사기관에 의뢰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와 전문가들은 사후 수사만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광고대행사의 과도한 위약금 청구를 직접 제한할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광고대행업체의 무분별한 위약금 요구를 규제하기 위해 방문판매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법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2024년 5월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제도 마련을 위한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못했다.

황 교수는 "공정위가 정부 지원사업 사칭과 장기 선결제, 과도한 위약금 요구 업체를 수사 의뢰할 정도라면 사후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라며 "이 문제를 개별 사업자 간의 계약 분쟁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중단된 입법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며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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