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9일 취임 8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올해를 기점으로 전 계열사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원 LG' 전략이 그룹의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이끌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 11곳의 합산 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해 190조원을 돌파하며 2019년(138조원) 대비 3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4조6300억원에서 6조1800억원으로 33.5% 급증하며 매해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
업계에서는 비핵심 부문을 과감히 덜어낸 자리에 미래 신성장 동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수년간 모바일, 태양광 등 한계 사업을 정리한 혹독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다.
현재 LG전자의 냉난방공조(HVAC) 고효율 솔루션, LG디스플레이의 OLED, LG이노텍의 반도체 기판(FC-BGA) 등 전 계열사가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후방 산업'에 일제히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그룹의 기술 브레인인 'LG AI연구원'과 디지털 전환 전문 기업 'LG CNS'가 전면에 나서 생성형 AI 및 기업용 AI 서비스 등 '전방 산업'까지 아우른다. 후방의 하드웨어 역량과 전방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결합해 AI 생태계 기업으로서 온전한 역량을 갖추게 됐다.
구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ABC(AI·바이오·클린테크)' 축의 또 다른 기둥인 바이오와 클린테크 부문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바이오 영역에서는 그룹 연구개발(R&D) 재원의 35%를 생명과학에 과감히 전진 배치하며 신약 개발 뚝심을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미국 항암제 전문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 인수를 발판 삼아 글로벌 종양학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 미래 기술인 클린테크 분야의 보폭도 매섭다. 북미 지역에 에너지저장장치(ESS) 현지 생산 기지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라인업을 적기에 전력화했다. 이를 통해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핵심 기업들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며 실질적인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구 회장은 경영 행보에서도 한층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과거의 은둔형 리더십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글로벌 현장 경영의 전면에 나서며 그룹의 변화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달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방한을 계기로 성사된 '소맥 회동'을 비롯해 경영진 연쇄 회동 및 대규모 실무 협의를 직접 주도하며 LG의 AI 전략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LG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이 미국 실리콘밸리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전사적인 차세대 AI 협력 방안을 긴밀히 논의했다. 구 회장이 구상하는 AI 생태계 확장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전방위적인 파트너십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한 그룹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글로벌 AI 영토를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격돌의 원년"이라며 "LG가 글로벌 AI 가치사슬 내 핵심 파트너로 도약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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