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가 물류체계 관점에서 바라보면 의왕ICD 축소나 이전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역 현안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수출입 물류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의왕ICD는 1990년대 정부가 추진한 국가 물류 인프라 사업의 핵심 시설이다. 당시 정부는 도로운송 중심의 물류체계가 초래하는 교통 혼잡과 환경오염, 사고 비용을 줄이고 철도운송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모달시프트(Modal Shift)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조성된 시설이 의왕ICD다.
의왕ICD는 단순한 철도 화물역이 아니다. 철도수송과 도로운송을 연계하는 복합물류 거점이자 수출입 컨테이너의 장치, 보관, 통관, 검역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국내 최대 내륙 물류기지다. 수도권 제조업과 부산항을 연결하는 핵심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물류시장에서도 공컨테이너 확보와 재배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덴마크 해운분석기관 시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는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분의 1이 공컨테이너 이동과 관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무역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공컨테이너 재배치 비용은 해운업계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의왕ICD가 사라지거나 기능이 대폭 축소된다면 수도권 수출기업들은 더 높은 물류비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항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물류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국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물류비 상승은 기업의 원가 부담 증가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만큼 단순히 지역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의왕ICD가 현재 최적의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철도화물 수송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코레일 자료에 따르면 전체 철도화물 수송량은 2008년 4680만t에서 2024년 1973만t으로 약 58% 감소했다. 컨테이너 철도수송 역시 2008년 118만5000TEU에서 2025년 72만TEU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문제는 의왕ICD 자체의 존재가 아니라 시설 노후화와 운영 효율성 저하다. 선로와 하역장비는 노후화됐고, 터미널 운영 방식도 시대 변화에 맞춰 개선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논의된 1·2터미널 통합 운영과 시설 현대화 사업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그럼에도 의왕ICD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철도운송을 통한 탄소배출 저감, 도로 파손 감소, 교통사고 감소, 물류파업 시 대체수송 기능 등 다양한 공공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기업들이 ESG 경영과 탄소중립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철도 기반 물류 인프라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의왕ICD를 단순히 소음과 교통 문제를 유발하는 혐오시설로 바라보는 접근은 위험하다. 국가 재정이 투입된 사회간접자본(SOC)은 본래 목적과 기능을 중심으로 평가돼야 한다. 주민 불편을 줄이는 대책은 필요하지만, 국가 물류망의 핵심 기능을 훼손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축소와 이전이 아니라 현대화다. 노후 시설을 개선하고 철도운송 경쟁력을 높이며, 수출입 화주와 선사, 포워더, 운송사, 코레일, 국토교통부가 함께 참여하는 종합적인 활성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물류 인프라는 한번 없애면 다시 만들기 어렵다. AI 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제조업과 수출을 떠받치는 물류 인프라의 가치를 먼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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