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임서정 법무법인 화우 고문 "기업 성과 분배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접근해야"

  • "삼성전자 노조 요구 적절성 문제 있으나 회사 결정 방식도 지속 어려워"

  • "노란봉투법 이후 새 노사 관계 질서 적응할 수 있는 기업 관리 역량 필요"

  • "이재명 정부 들어 근로감독 강화…대응 위해 상시 점검하는 체계 갖춰야"

지난달 21일 법무법인 화우의 임서정 고문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열린 아주초대석 인터뷰에서 노동 현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지난달 21일 법무법인 화우의 임서정 고문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열린 아주초대석 인터뷰에서 노동 현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성전자의 성과급 노사 협상이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삼성전자 비반도체인 DX부문 노동조합은 반도체(DS)부문보다 적은 성과급에 반발하고 있고, 그 여파는 카카오, LG, 현대자동차 등 다른 기업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아주경제는 고용노동부 차관 등을 지냈고 청와대 일자리수석까지 30년 넘게 고용노동 분야 공직에 몸담았던 임서정 법무법인 화우 고문과 만나 이번 사태의 본질과 최근 노동계 이슈에 관한 견해를 들어 봤다.

임서정 고문은 "글로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노동 성과와 직접 연결해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문제가 있다"며 "중소기업 근로자나 청년세대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성과 배분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방식도 이제는 지속되기 어렵다"며 "성과급 체계가 장기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고, 기업 성과를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임 고문과 일문일답한 내용.

- SK하이닉스가 직원들에게 억대 성과급을 제공하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에서도 영업이익에 따른 성과급 산정 방식 등을 두고 노사 갈등이 격화됐다. 정부의 중재로 겨우 합의에 성공했지만 향후 중소기업이나 산업 전반의 임금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시나.

최근 성과급 논쟁은 단순히 임금을 얼마나 더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기업의 성과를 누구와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관련해서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사회적 비판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 이전 상당 기간 기업 실적 부진과 구조적 위기를 겪었고, 글로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인데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노동성과와 직접 연결해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문제 제기가 있다. 더 나아가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사회적 형평성 문제도 무시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중소기업 근로자나 청년세대 입장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노동자의 성과 배분 요구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과거처럼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방식도 이제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해법은 액수 경쟁이나 힘겨루기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성이 필요하고 성과급 체계가 장기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기업 성과를 노사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성과급 문제는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권도 중요하고 주주의 권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수용성과 지속가능성이다. 노사 모두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기업의 미래 경쟁력과 사회 전체의 균형까지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건강한 성과 공유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 최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법)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특히 '사용자 범위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원청 기업이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이뤄지면서 현장의 큰 혼란도 예상된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 둘째 노동 쟁의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것, 셋째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산업 현장에 가장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부분은 사용자의 범위 확대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 노동법 체계는 근로 계약 관계를 중심으로 사용자 책임을 판단해 왔다.

즉 임금을 지급하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직접 고용 관계를 중심으로 권리와 의무를 구성해 왔다. 그러나 개정법은 실질적인 영향력이나 지배력을 기준으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노동법 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내용이다. 결국 노란봉투법 이후 기업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법적 방어 전략이 아니라 새로운 노사관계 질서에 적응할 수 있는 관리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역시 제도가 산업현장에 조속히 안착하고 본래 취지인 격차 해소와 상생이라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노력하겠지만, 노사 간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장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현실적인 해법을 만들어가는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1일 법무법인 화우의 임서정 고문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열린 아주초대석 인터뷰에서 노동 현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지난달 21일 법무법인 화우의 임서정 고문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열린 아주초대석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AI 도입과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의 형태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 종사자 등 '법 사각지대'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있나.

AI와 로봇, 디지털 경제의 확산은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사이의 격차를 키울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 전통적인 근로자 개념으로 포섭하기 어려운 일자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산업별·기업별 성장 속도 차이도 커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높은 이익과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중소기업은 인력난과 낮은 생산성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임금격차와 고용안정성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향후 대통령 또는 국회의장 직속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노동 전문가뿐 아니라 경제, 산업, 공정거래, 사회보장, 교육·직업훈련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중립적인 진단과 해법을 마련하고, 이후 노사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충분히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안을 만드는 방식이 필요하다. 핵심과제로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지불능력을 높이고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최소한의 사회보장과 노동권 보호를 확대해야 한다.

노동조합 체제와 대표성 문제도 함께 논의하고 AI 전환에 따른 직무 재교육과 전직 지원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기술 변화로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로 생기는 일자리 사이의 이동을 국가와 기업이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기 대책으로 접근해서는 해결이 어렵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현세대 노사 간 이해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세대의 기회와도 직결된 문제이므로 정권과 노사의 단기적 이해를 넘어,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국가적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법적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제도를 두고도 사회적 논의가 한창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과 청년 일자리 잠식 우려가 큰데, 임금피크제나 직무급제 도입 없는 정년 연장이 실현 가능하다고 보시는가.

2033년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올라가는데 반해 현재 법적 정년은 60세다. 이른바 '소득 공백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상당수 기업의 임금체계는 여전히 연공급 성격이 강하다. 근속연수와 연령이 올라갈수록 임금도 상승하는 구조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경험과 숙련이 축적되는 측면도 있지만 건강, 직무 특성, 기술 변화 적응 등 여러 요인으로 생산성과 임금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임금피크제나 직무급제 논의가 계속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나 직무급제 없는 정년 연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지속가능한 해법은 정년 연장 찬반의 이분법이 아니라 노동시장 전체의 균형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령층의 삶도 보호해야 하고 청년세대의 기회도 지켜야 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최근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과거에 비해 매우 정교해지고 강화됐다. 포괄임금제 오남용이나 임금체불 등 집중 점검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데, 기업들이 법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가장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근로감독 트렌드'는 무엇인가.

최근 근로감독 정책 변화를 보면 단순히 감독 건수가 늘어나는 수준이 아니라 근로감독의 철학과 방식 자체가 상당히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근로감독관 명칭도 노동감독관으로 변경되고 인력도 현재 약 3000명 규모에서 내년도 5000명 수준까지 확대가 예정됐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더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숫자보다 감독 방식의 변화다.

과거에는 정기감독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수시감독, 기획감독, 산업안전과 노동 분야를 결합한 통합감독 방식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존처럼 시정기회를 먼저 부여하는 방식보다 위반 정도에 따라 곧바로 사법조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대응한다'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기업은 평상시 근로시간 기록, 임금체계 운영, 포괄임금 적정성, 직장 내 괴롭힘 대응체계, 안전관리 시스템 등을 상시 점검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결국 앞으로의 근로감독 트렌드는 규제 강화 자체보다 '기업의 인사노무 운영 수준을 얼마나 정교하게 요구하는가'에 달렸다고 본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가 공전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계의 참여와 정부의 중재안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 그리고 이를 타개할 '새로운 대화의 틀'이 필요하다고 보시는가.

현재 경사노위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에는 몇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대표성 문제가 있고 둘째는 합의 이후 이행 구조의 문제가 있다. 셋째는 무엇보다 노사정 간 상호 불신의 문제가 깊다. 사회적 대화는 원래 단기적 이해관계 조정보다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경사노위에 대해 그동안 제기된 한계, 즉 대표성 보완, 운영 방식 개선, 합의사항 이행력 강화 등의 문제가 개선된다면 상당한 진전은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대화 기구 이름을 바꾸거나 조직을 새로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대화를 바라보는 노사정의 인식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 역시 사회적 합의 결과를 존중하고 정책과 입법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쉬었음' 청년이 최근 4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며 청년 고용문제가 여전한 화두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인권 침해, 사망 사건도 매년 반복되며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청년고용 문제와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별개의 이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청년고용 문제를 보면 최근 '쉬었음' 청년이 40만 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단순한 경기 문제로 보기 어렵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도 원인이다.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복지·근로조건 격차가 매우 크고, 청년들의 직업관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청년세대는 단순히 생계를 위한 직장보다 일의 의미, 워라밸, 성장 가능성, 공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 노동시장은 여전히 과거 산업화 시대 구조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정부와 기업 모두 역할 변화가 필요한 지점이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 역시 단순한 인권문제를 넘어 우리 산업구조와 인력정책의 문제다. 현재 농축산업, 제조업, 건설업, 돌봄업종 등 상당수 산업은 이미 외국인력 없이는 유지가 어려운 구조가 됐다. 사업장 변경 제한 문제, 언어 문제, 정보 부족, 주거환경 문제, 안전관리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인권침해가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의 산업재해나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매우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이젠 단순히 개별 사업주의 일탈 문제로 보기가 어렵고 위험한 작업의 외주화, 취약한 안전교육, 의사소통 부족, 관리 사각지대 등이 구조적으로 연결된 결과일 수 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도 노동인권 문제로 평가받을 수 있고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인력을 단순 노동력 공급 수단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성원으로 보는 관점 변화가 필요하고, 사업장 이동제도와 권리구제 체계 개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거환경·안전교육·통역 지원 등 기본 인프라도 강화하고 산업안전 관리체계도 외국인 노동자 특성을 반영해 개선해야 한다. 앞으로의 노동정책은 기존 노동시장 내부 보호만이 아니라 노동시장 밖에 있거나 경계에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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