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북아 정세는 이 발언의 무게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2026년 5월 베이징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미·중 충돌을 관리하려는 자리였지만, 대만과 반도체, AI, 무역, 중동 문제를 둘러싼 근본적 긴장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회담 직후 미국 측은 대만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중 관계가 일시적 봉합은 가능해도 구조적 경쟁에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이다.
바로 그 시점에 북한은 다시 미사일과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5월 26일 북한은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와 여러 무기를 발사했다. 이는 4월 이후 첫 무력시위로, 한반도 안보가 여전히 살아 있는 위기이며, 북한 문제가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다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안동 정상회담도 겹쳐 있다. 두 정상은 5월 19일 약 100분간 회담하며 한·일 협력과 지역 안정 문제를 논의했다. 한·일 관계는 과거사라는 무거운 기억을 안고 있지만, 지금의 국제질서는 서울과 도쿄가 서로를 외면할 수 없는 단계로 들어섰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다.
한국은 중국의 동부 해안과 가장 가까운 미국 동맹국 가운데 하나다. 서쪽으로는 중국, 북쪽으로는 북한과 러시아, 남쪽으로는 일본과 태평양이 이어진다. 한반도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만나는 지정학의 교차로다. 과거에는 이 위치가 비극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한국은 세계적 제조업, 반도체, 배터리, 조선, 원전, AI, 문화 콘텐츠를 가진 나라가 됐다.
브런슨 사령관이 삼성과의 클라우드 인프라 협력을 언급한 대목은 특히 중요하다. 미래 전쟁은 단지 탱크와 전투기의 전쟁이 아니다. 통신망이 끊겨도 작동하는 클라우드, AI 지휘체계, 위성 네트워크, 반도체 공급망, 전력망과 해저케이블이 곧 안보가 된다. 한국 기업은 이제 민간 기업을 넘어 동맹의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누군가의 ‘단검’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한국의 전략은 미국의 전초기지로 축소돼서도 안 되고, 중국의 압박에 흔들리는 회색지대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기둥이다. 그러나 그 기둥 위에 세워야 할 집은 한국 자신의 국가전략이어야 한다. 한·미·일 협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협력은 전쟁의 연쇄가 아니라 평화의 균형을 만드는 방향이어야 한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북한의 군사 위협에는 단호해야 한다. 미사일과 핵,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위협 앞에서 한국은 첨단 강군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AI, 드론, 핵추진 잠수함 등 미래 국방 역량을 강조한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둘째, 중국과의 관계는 냉정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이자 동시에 전략적 압박 요인이다. 감정적 반중도, 무기력한 종속도 답이 아니다. 국익을 기준으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셋째, 일본과는 미래형 협력의 문을 열어야 한다. 역사 문제를 잊자는 뜻이 아니다. 역사를 바로 세우되, 안보·경제·기술·에너지·인구 위기라는 공동 과제 앞에서 실용과 원칙을 함께 세워야 한다.
결국 한국은 지금 선택의 시간 앞에 서 있다.
미국은 한국을 ‘단검’으로 본다. 중국은 한국을 경계한다. 북한은 한국을 압박한다. 일본은 한국과 손을 잡아야 할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자신은 스스로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
한국은 강대국 전략판의 말이 아니라, 아시아 질서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군사동맹의 전초기지를 넘어, 기술동맹의 중심, 산업문명의 허브, 민주주의와 평화의 균형자가 되어야 한다.
19세기 말 조선은 세계 질서의 변화를 읽지 못했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은 다르다. 이제 한국은 세계의 흐름을 읽고, 스스로의 전략을 세우며, 아시아의 미래를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한국이 진정한 중심국가가 되는 길은 단순히 강한 무기를 갖는 데 있지 않다. 강한 산업, 강한 기술, 강한 문화, 강한 민주주의, 그리고 강한 평화 의지를 함께 갖는 데 있다.
아시아의 단검이라는 말은 경고이자 기회다. 누군가의 손에 들린 단검이 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빛을 내는 문명 전략국가가 될 것인가.
대한민국의 미래는 바로 그 질문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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