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정용진 처벌 어려울 것…묵인 또는 책임 소재 가려내야"

  • 경찰, 5·18민주화운동법 위반 등 혐의 적용 검토 중

  • 피해자 특정·명예 훼손 고의성 입증해야 혐의 성립

  • "기획·실행 지시한 것 드러나면 정 회장에게도 책임"

  • "독일 형법처럼 특별법에 모욕 관한 조문 포함해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 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박종철 열사 유가족 등을 비롯해 국민에게 사죄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 사건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정 회장이 해당 마케팅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이상 처벌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정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에게 모욕 또는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정 회장과 손 전 대표를 5·18민주화운동법 위반, 모욕 등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경찰은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이들을 고발한 지 하루 만인 지난 22일 김순환 서민위 사무총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고, 정 회장과 손 전 대표의 소환을 저울질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법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정용진 회장이 이날 대국민 사과를 통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민·형사상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욕 또는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하려면 우선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고, 스타벅스 마케팅에 쓰인 표현이 피해자를 비하 또는 경멸했거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등의 피해를 준 것이 증명돼야 한다. 정 회장 측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 한 고의성도 입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신세계그룹이 밝힌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감사팀은 해당 마케팅을 벌인 직원들과 임원진의 고의성을 입증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감사팀은 이벤트를 주관한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포렌식을 시도했지만, 해당 직원들이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내 메신저 대화 기록은 보안·용량 관리 정책상 회사 서버에 일주일 동안만 저장되는 구조여서 경찰이 당장 수사에 나서더라도 유의미한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 회장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다. 수사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니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정 회장의 지시가 나왔다는 증거가 나오면 심각하게 흘러갈 수 있다"며 "그런데 그게 아니라 묵인 또는 책임 소재를 가려내지 못한 정도라면 정 회장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그것(탱크 마케팅)을 정 회장이 직접 컨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적으로 책임을 물리기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며 "다만 기획하고 실행을 주도한 사람은 민사 책임이 있다. 정 회장이 만약에 지시한 것이 드러난다면 책임을 물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정 회장은 신세계 회장이지 스타벅스 대표는 아니라서 그건 또 어려울 수도 있다"며 "손 전 대표는 처벌이 가능할 텐데, 정 회장에게까지 형법 조문을 적용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 실제로 두 회사는 법인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한 변호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했을 때 개별 계열사의 잘못을 그룹 차원에서 책임을 지게 만드는 입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후 5·18 특별법에 모욕에 관한 조문을 넣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독일에서 신나치가 등장하기 어려운 것도 독일 형법에 나치 상징 사용 금지, 헌법 위반 단체의 선전 도구 금지 등 조문이 있기 때문"이라며 "독일은 해당 조항으로 정당 해산 절차도 진행한 바 있다. 5·18이 이번에 이슈화됐으니 국회 차원에서 강하게 밀어붙여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끼셨다는 사실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라고 거듭 사죄했다.

이어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높이겠다"며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겠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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