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어부바] 오세훈·박원순 20년, 서울 아파트 누가 지었나

  • 삽은 전임이 뜨고, 리본은 후임이 자른다

사진ChatGPT
[사진=ChatGPT]
부동산시장은 읽기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 역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려운 ’부’동산 ’바’로보기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입주 아파트의 숫자는 오늘의 서울시장이 아니라, 몇 해 전 시장의 얼굴을 닮는다. 그런데도 공급의 공과는 늘 지금 그 자리에 앉은 한 사람에게 몰린다. 구역을 지정한 시점, 규제를 풀거나 조인 시점을 두고 전임과 후임이 다툰다. 그러나 집은 선언으로 지어지지 않는다. 인허가를 받고 첫 삽을 뜨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착공 뒤 입주까지도 다시 몇 해가 필요하다. 어느 시장 임기에 찍힌 숫자가 그 시장만의 성적표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서울 아파트의 인허가·착공·준공 세 단계를 임기별로 갈라 본다. 각 단계의 숫자를 움직인 변수는 서로 다르다. 인허가는 제도가, 착공은 경기와 자금 환경이, 준공은 과거 착공의 시차가 좌우한다. 세 축을 그 변수에 맞춰 따라가면, 정치권의 공방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 드러난다.
 
자료국토교통부 주택공급실적
[자료=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
인허가 — 숫자는 박원순, 의지는 오세훈

인허가 총량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기(2011~2020년)가 앞선다. 연평균 4만2185호로, 오세훈 서울시장 2기(2021~2025년, 3만9135호)와 오세훈 1기(2006~2010년, 3만6063호)를 모두 웃돈다. 세 임기 모두 4만 호 안팎으로 비슷하지만, 그 안에서 박원순 시기가 가장 많다. 적어도 행정이 승인한 물량의 총합에서는 ‘박원순이 공급에 손을 놓았다’는 통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총량은 함정이다. 인허가 숫자는 시장의 의지보다 제도의 캘린더에 끌려다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기 인허가의 정점인 2017년을 보자. 그해 7만5138호는 직전 3년 평균의 두 배에 육박했다. 공급 의지가 갑자기 솟구친 게 아니다. 이듬해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는 막차 행렬이었다. 재건축 부담금의 선을 넘기 전에 신청을 몰아넣은 결과가 2017년 폭증이고, 미래 물량을 당겨 쓴 뒤의 진공이 2018년 반토막(3만2178호)이다. 제도 데드라인이 만든 밀어내기와 공백이지, 시장의 작품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세훈 2기의 2024년은 정반대다. 그해 인허가는 4만7632호로 다시 솟았는데, 이번엔 데드라인에 쫓겨 몰린 숫자가 아니다. 2021년 도입된 신속통합기획을 앞세워 행정이 정비사업에 드라이브를 건 시기와 맞물린다. 다만 후보지 선정이 곧바로 인허가로 잡히는 것은 아니다. 정비구역 지정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2024년 반등은 신통기획이라는 새 기조 아래, 그간 쌓여 온 정비사업 물량이 인허가 단계로 넘어온 결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물론 2024년 인허가 전부가 신통기획의 몫은 아니다. 기존 정비사업 파이프라인이 함께 인허가로 잡힌 결과이고, 오세훈 2기 내내 의지가 숫자로 곧장 나타난 것도 아니다. 2021년 인허가 5만2819호는 오세훈 2기 수치로 잡히지만, 보궐선거로 복귀한 첫해라 전임기에서 넘어온 물량과 새 행정 기조가 겹친 과도기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듬해인 2022년 인허가는 2만5133호로 오히려 바닥이었다.

그럼에도 두 인허가 급등의 성격은 분명히 다르다. 박원순의 2017년은 조합들이 제도를 피해 신청을 앞당긴, 데드라인이 만든 숫자다. 반면 오세훈의 2024년은 행정이 제도로 사업을 끌어당기려 한 의지의 숫자다. 하나는 사업자들이 제도를 피해 신청을 몰아넣은 결과, 다른 하나는 제도로 사업자들을 불러들이려 한 결과다. 그래서 인허가는 누가 ‘많이’ 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왜’ 했느냐로 읽어야 한다. 숫자로는 박원순이 앞섰고, 의지로는 오세훈이 앞섰다.

오세훈 1기 말의 2010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해 인허가는 5만1370호로, 2009년 2만6626호에서 한 해 만에 거의 두 배로 솟았다. 금융위기 충격 이후 멈췄던 일부 사업이 재개되고, 당시 정비사업 파이프라인의 행정 처리 물량이 인허가 단계로 넘어오면서 숫자가 반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허가가 곧 공급은 아니었다. 같은 해 착공은 1만5217호에 그쳤다. 허가는 쏟아졌지만, 위기로 얼어붙은 분양시장과 자금 환경이 첫 삽을 막아선 것이다.
 
20052026년 서울 인허가 착공 준공 자료국토교통부 주택공급실적
2005~2026년 서울 인허가, 착공, 준공. [자료=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
착공 — 박원순 시기 최대, 전임 물량과 시장 환경의 합작

실제로 삽을 뜬 양은 박원순 시기가 가장 많았다. 연평균 4만1961호로, 오세훈 1기(2만1864호)와 오세훈 2기(3만1169호)를 모두 앞선다. 하지만 이 숫자 역시 박원순 시정만의 성과로 읽기는 어렵다. 착공은 인허가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인다. 2010년 인허가는 5만1370호였지만 같은 해 착공은 1만5217호에 그쳤고, 이듬해인 2011년 착공은 4만400호로 뛰었다. 금융위기 여파로 미뤄졌던 전임기 인허가 물량이 박원순 시기 초반 착공으로 넘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원순 시기 착공 증가의 출발점부터 이미 전임기 파이프라인과 시장 환경이 겹쳐 있었던 셈이다.

이후에도 착공이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자금과 분양 환경이 작용했다. 박원순 시기 중반 이후 기준금리는 1%대 안팎의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고, 임기 말인 2020년에는 사상 최저인 0.5%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난 분양시장도 2010년대 들어 점차 회복됐다. 허가받아 둔 물량이 실제 착공으로 넘어가려면 분양성과 금융 조달이 맞아야 한다. 박원순 시기에는 이 조건들이 비교적 우호적으로 맞물렸다.

여기에 구조적 변화도 겹쳤다. 2000년대 중반 대거 지정됐던 뉴타운·정비구역은 금융위기를 지나며 사업성 논란과 주민 갈등에 부딪혔다. 사업은 지지부진한데 구역으로 묶인 주민들은 재산권 제한과 생활 불편을 겪었다. 무리한 구역을 계속 붙들고 가는 것 역시 사회적 비용이었다. 오세훈 1기 말 시작된 뉴타운 출구전략은 박원순 시기 본격화됐고, 상당수 구역이 해제됐다.

이를 단순히 공급 축소로만 보기는 어렵다. 해제된 구역 모두가 곧바로 착공 가능한 물량도 아니었고, 일부는 장기간 표류하던 ‘종이 파이프라인’에 가까웠다. 사업성이 낮은 구역이 정리되면서 실제 추진 가능한 구역에 역량이 모이고, 살아남은 사업들이 저금리와 분양시장 회복을 만나 첫 삽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

다만 가지치기에는 또 다른 역설도 있다. 사업성이 있는 구역부터 살아남아 먼저 착공으로 넘어갔고, 시간이 지나 다시 공급을 늘리려 할 때는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고 갈등이 큰 구역이 더 많이 남았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뛴 2020년대에는 남은 구역의 사업성이 더 약해졌다. 이제 공급을 늘리려면 더 어려운 땅, 더 비싼 공사비, 더 약한 사업성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결국 공급은 많이 지정한다고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남겨둔다고 미래 물량이 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착공 가능한 파이프라인을 얼마나 남기고, 얼마나 새로 보충했느냐다.

그렇게 반등하기 시작한 착공 물량의 절정이 2016~2017년이다. 착공은 2016년 4만9695호에서 2017년 5만5274호로 20년 중 가장 높이 치솟았다. 저금리와 분양시장 회복, 정비사업 파이프라인, 규제 변화 전 사업 속도전이 같은 시기에 겹치며 허가받아 둔 물량이 한꺼번에 첫 삽을 뜬 것이다. 그리고 이 봉우리는 몇 해 뒤 준공의 봉우리로 이어진다. 박원순 시기 착공의 기록은 한 사람의 의지보다, 전임기에서 넘어온 물량과 시대가 받쳐준 환경이 함께 만든 결과에 가까웠다.

착공은 행정의 의지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환경이 등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면이 통과돼도 분양과 자금이 얼어붙으면 크레인은 서지 못한다. 그 사실을 20년 동안 두 번, 거의 같은 방식으로 확인했다.

오세훈 1기의 2009년이 그 예다. 착공은 1만70호로, 20년 중 가장 적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분양과 자금이 얼어붙은 시기와 겹친다. 그해 한국은행은 위기에 대응해 금리를 큰 폭으로 내렸지만, 착공은 오히려 주저앉았다. 금리를 낮춰도 시장 심리가 얼어붙으면 첫 삽은 멈춘다. 금리는 착공을 좌우하는 스위치가 아니라, 경기와 함께 움직이는 동반 지표에 가깝다는 뜻이다.

닮은 장면이 10여 년 뒤 다시 나타난다. 오세훈 2기가 맞닥뜨린 환경은 박원순 시기와 정반대였다. 기준금리가 2021년 0.5%에서 2023년 3.5%까지 오르고, 건설공사비지수가 2019년 말 대비 30.6% 뛰면서, 돈줄과 공사 수지가 동시에 조였다. 착공은 점차 꺾였고, 2024년에는 2만1821호까지 내려왔다. 인허가가 그해 오히려 4만7632호로 늘었는데도 그랬다. 허가는 쌓였지만 현장은 멈췄다.
 
자료국토교통부 주택공급실적
[자료=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
준공 — 입주의 영광은 늘 다음 주자에게 돌아간다

준공은 가장 정직하게 과거를 가리키는 지표다. 아파트는 첫 삽을 뜬 뒤 몇 해가 지나야 입주하기 때문이다. 준공을 지배하는 변수는 오늘의 정책이 아니라 몇 해 전에 떠진 첫 삽이다. 그래서 어느 임기에 입주가 쏟아졌다는 사실은, 그 시장의 공이 아니라 전임자가 묻어 둔 씨앗의 결실인 경우가 많다.

세 임기의 준공 연평균은 오세훈 1기 3만6546호, 박원순 시기 3만6855호, 오세훈 2기 3만9311호로 엇비슷하다.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의미 있는 것은 시차다. 시간 순으로 짚어보면, 그 시차가 어떻게 움직였는지까지 함께 드러난다.

오세훈 1기인 2008년에는 5만3287호가 준공됐다. 착공에서 준공까지 몇 해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물량은 대체로 2005년 안팎에 착공된 단지들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오세훈 1기는 전임이 심은 나무의 열매를 거둔 셈이다.

박원순 시기 후반부인 2020년 준공은 5만4355호로 전체 20년 중 가장 많았다. 이 풍년은 그 시점의 정책이 아니라, 앞선 착공 고점이 시차를 두고 도착한 결과다. 2016~2017년 착공이 연간 5만 호 안팎으로 치솟았고, 그 물량이 몇 해를 거쳐 2019~2020년 입주로 넘어왔다. 착공의 봉우리가 준공의 봉우리로, 시간을 두고 그대로 옮겨 앉은 것이다.

2025년 준공도 4만9973호로 다시 솟았다. 이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대체로 몇 해 전 착공된 사업들이 시차를 두고 입주로 넘어온 결과다. 2019~2022년 사이 착공된 물량이 입주로 넘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2019~2020년 착공은 박원순 시기, 2021~2022년 착공은 오세훈 2기 초반에 걸쳐 있다. 오세훈 2기가 입주 테이프를 끊었지만, 2025년 입주 물량도 어느 한쪽의 성과로만 돌리기 어렵다.

최근에는 공사비 상승, 자금 조달 지연, 대형 정비사업의 복잡성 때문에 단지별 공기가 길어지는 사례도 늘었다. 따라서 준공 물량을 단순히 2~3년 전 착공과 기계적으로 대응시키기는 어렵다. 다만 큰 흐름은 분명하다. 봉우리든 골짜기든, 준공은 늘 과거 착공의 거울이다. 20년 내내, 준공의 영광은 늘 다음 주자에게 돌아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준공은 2020년 정점을 지나 등락하며 내려오는 국면인데, 2023년 착공이 2만7426호, 2024년이 2만1821호로 주저앉았다. 준공은 늘 한 발 늦게 도착하는 영수증이다. 더구나 착공에서 입주까지의 시차가 단지별로 길어지는 지금, 정책으로 공급을 늘리려 해도 그 효과가 입주로 도달하기까지는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이 착공 절벽이 입주 위축으로 돌아온다면, 그 영향은 한두 해의 변동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아파트를 누가 지었느냐는 질문의 답은 그래서 하나다. 전임이 허가한 물량을 후임이 착공했고, 후임이 착공한 물량을 그다음 시장이 준공했다. 정치인은 준공식의 리본을 자르지만, 그 단지의 첫 삽은 대개 몇 해 전 다른 정책 환경 속에서 떠졌다. 두 사람 모두 지었다. 그러나 어느 한 사람도 혼자 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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