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언제나 명분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강대국의 전쟁은 단순한 군사행동을 넘어 질서의 정의 자체를 바꾼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전을 둘러싸고 내세우는 논리는 바로 그 지점에 서 있다. 미국은 왜 스스로 만든 국제 규범과 국내법의 경계 위에서도 군사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하는가.
겉으로 보면 워싱턴은 위험한 법적 줄타기를 하는 듯 보인다. 미국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은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군사행동을 할 경우 60일 이내 종료하거나 의회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이란과의 휴전 상태에서는 그 ‘60일 시계’가 멈춘다고 주장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상원 청문회에서 “휴전 상태에서는 60일 카운트가 정지된다”고 밝혔다.
비판은 거세다. 해상 봉쇄와 군사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비전쟁 상태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제법적으로도 봉쇄는 사실상 전쟁행위로 간주된다. 미국 내부에서도 민주당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를 단순히 ‘법 무시’로만 해석하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그들의 논리는 훨씬 더 전략적이고 현실주의적이다.
즉, 미국의 논리는 이렇다.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 전체가 더 큰 비용을 치른다.”
트럼프 진영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현대 안보 환경은 냉전 시대와 다르다는 것이다. 사이버전, 드론, 비대칭 전력, 해상 봉쇄 위협은 몇 시간 만에 시장과 공급망을 마비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의 장기 토론과 승인 절차를 기다리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에게 신속한 군 통수권이 필요한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 헌정사는 이미 그런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베트남전 이후 의회는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 전쟁권한법을 만들었지만,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리비아·시리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사실상 의회의 명시적 선전포고 없이 군사행동을 반복했다. 미국 패권의 현실은 법 조문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여왔던 셈이다.
여기서 국제사회가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도 분명하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힘의 외교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는 ‘예외적 권한’을 행사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시각은 다르다. 미국은 자신을 단순한 국가가 아니라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최종 보증인으로 본다. 다시 말해 미국은 “규칙의 적용 대상”이면서 동시에 “규칙 붕괴를 막기 위해 행동해야 하는 국가”라는 이중적 위치를 자임한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 패권의 본질적 딜레마다.
문제는 시장이 법률 문구보다 훨씬 냉정하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는 이미 전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유가와 해상 운임은 불안하고, 공급망 리스크는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더욱 민감하다.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사이에서 다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물러서지 않는다. 워싱턴은 지금의 비용보다 더 큰 비용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호르무즈 리스크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달러 체제와 미국 안보 우산의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 논란과 국제법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단순한 위법 여부가 아니다. 국제질서는 규범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힘 없는 규칙은 선언에 불과하고, 규칙 없는 힘은 패권의 오만으로 흐른다. 지금 미국은 그 두 경계 사이를 걷고 있다.
그리고 세계 경제는 그 위태로운 균형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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