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준의 투자노트] '그림자 금융' 흔들…사모펀드대출, 왜 불안해졌나

사진챗GPT 제공
[사진=챗GPT 제공]

미국 사모펀드 대출 시장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 펀드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펀드런'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모대출은 고금리 환경에서 '중위험·중수익'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아왔지만 최근 들어 그 구조적인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사모대출은 무엇이고, 왜 지금 위기설이 제기되는 걸까요.
'은행 대신 돈 빌려주는 투자'…사모대출이 뭐길래
사모대출(Private Debt)은 은행이 아닌 사모펀드·크레딧 운용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시장을 의미합니다. 주로 중견·중소기업이나 비상장사,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공모채처럼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공개 대출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이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 대출이 위축됐고, 그 빈자리를 사모대출이 메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대출 여력이 위축되고 차환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사모대출은 기업들의 핵심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글로벌 사모신용 펀드로는 블랙스톤의 BCRED, 블랙록 자회사 HPS의 HLEND, 블루아울의 OBDC II, 클리프워터의 CCLFX 등이 있습니다. 이들 상품은 개인 투자자 자금까지 끌어들이며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은행 규제 강화로 중소기업과 LBO(차입매수) 시장에 대출 공백이 발생했다"며 "이를 메꾼 것이 대형 사모펀드들이었다. 글로벌 사모신용 시장은 현재 2조2000억달러(약 3200조원)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4조달러(600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5조원 환매 요청…"돈 빼겠다"는 신호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19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블랙스톤·블랙록·클리프워터·모건스탠리 등 주요 운용사의 사모대출 펀드에서만 100억달러(약 15조원)가 넘는 환매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매 압력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미국 핀테크 기업 아이캐피탈에 따르면 비상장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의 평균 환매율은 지난해 3분기 1.6%에서 4분기 4.8%로 급등했습니다. 통상 펀드의 환매 한도인 5% 선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BDC는 비상장 기업 대출에 투자해 배당을 지급하는 구조의 펀드로, 최근 환매 이슈의 중심에 있는 블루아울캐피탈의 OBDC II 역시 이 형태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사모대출 펀드의 회수 구조에 있습니다. 사모대출은 장기·비유동 대출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갑자기 환매를 요구해도 즉시 현금화가 어렵습니다. 환매 요청이 몰리면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환매를 제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사모대출 펀드는 3~7년 만기 기업 대출을 보유하며 투자자에게 분기별 환매를 허용한다"며 "펀드런(자금 급속 이탈)은 환매 요청이 한도를 초과할 때 운용사가 팔기 쉬운 우량 자산부터 매각하면서 시작된다. 결과적으로 포트폴리오에는 질 낮은 자산만 남고, 이는 추가 환매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사모대출은 시가평가가 아닌 운용사 자체 평가에 의존하기 때문에 실제 가치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환매 등으로 자산을 강제로 처분하는 시점에서야 손실이 드러나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리해보면, 사모대출 시장을 둘러싼 불안은 유동성과 신용, 두 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커지고 있습니다. 우선 환매 구조상 자금 회수가 지연될 수 있는 '유동성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환매가 몰릴 경우 수익률 훼손 → 투자자 이탈 → 추가 환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차주 리스크도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수요는 늘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높은 부채를 안고 있는 데다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빌려준 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투자자도 예외 아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12곳의 해외 사모대출 펀드 판매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7조원으로 2년 전(11조8000억원) 대비 약 44% 증가했습니다. 이 중 기관투자자를 제외한 개인 판매잔액은 1154억원에서 4797억원으로 4배 급증했습니다.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이나 IMA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하고 있으며, 향후 규모를 더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재로선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대형 금융기관의 자본여력, 은행의 사모신용과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비중, 다변화된 기초자산 섹터 등을 감안할 때 사모대출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전면적 신용 크런치(신용 경색)를 촉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은행과 보험사들이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하거나 자금을 공급하면서 사모대출과 전통 금융권의 연결성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모대출의 환매 중단은 단순한 펀드 문제가 아닙니다. 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흔들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시장 흐름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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