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때로는 버티는 것이 힘이다. 그러나 버티기에도 때가 있다. 지금 국민의힘 상황에서 장동혁 대표의 버티기는 힘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 회피로 읽히고 있다. 여론은 이미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최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7%에 머물렀다. 직전 조사와 동일한 수치다. 이 수치는 단순한 여론조사 숫자가 아니다. 국민이 보내는 경고장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이제 대구·경북(TK)에서도 민주당에 밀리는 결과를 맞고 있다. 전 연령층에서도 뒤졌다. 특히 18~29세 청년층 지지율은 크게 하락했다. 보수정당 역사에서 이런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공천은 공정이 생명"이라는 말로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말은 맞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 위기는 공천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당의 노선과 리더십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핵심 문제다.
이 상황을 정확히 지적한 인물이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은 공천 신청을 두 차례나 보류하며 당의 변화를 요구했다. 그 요구는 단순하지 않았다. △장동혁 대표의 2선 후퇴 △인적 쇄신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이다. 한마디로 말해 선거 체제를 바꾸라는 요구였다.
이 요구를 두고 당권파에서는 "당 대표를 끌어내리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지금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불과 80여 일 앞둔 상태에서 공관위원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한 것은 단순한 개인 선택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공관위원장이 먼저 책임을 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지금 국민의힘은 지도부 체제 자체가 선거를 끌고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장동혁 대표에게도 명분은 있었다. 당내 갈등 속에서 대표가 된 만큼 끝까지 책임지고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명분이 현실을 이길 수는 없다. 지지율 17%, 당 공관위원장 사퇴, 수도권 후보들의 공개적인 지도부 비판 등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명확한 신호다. 현 지도부 체제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버티기가 아니라 수습의 정치다. 그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바로 공동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다. 공동 선대위는 한국 정치에서 위기 국면마다 등장했던 현실적 해법이다.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선거 전략과 메시지를 새로운 인물에게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선택할 수 있는 길도 이것이다. 대표는 뒤에서 지원하고, 선거는 새로운 얼굴이 전면에 나서는 방식이다.
성경에서도 같은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 회개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길을 여는 시작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필요한 것은 싸움이 아니다. 정권 재창출도, 당권 경쟁도 아니다. 오롯이 당을 살리는 일이다. 지지율 17%는 정치적 위기의 숫자다. 그러나 동시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이 기회를 살릴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장동혁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버티기의 정치가 아니라 수습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은 분명하다. 거듭되지만 혁신 공동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 지금은 권력을 지키는 시간이 아니라 당을 살리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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