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오세훈, 서울을 두고 물러설 것인가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정치에는 종종 상징적인 장면이 있다. 한 사람의 결단이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정치 진영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순간이다. 지금 보수 진영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출마 논란이 바로 그런 장면이다. 단순히 한 정치인의 선거 출마 여부가 아니라, 보수가 스스로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 시험받는 순간에 가깝다.
 오 시장은 8일 서울시장 선거 공천 마지막날 그 신청 자체를 아예 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를 정치적 메시지, 즉 당 지도부나 특정 세력에 대한 '최후통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당의 상황이 이대로라면 출마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서 메시지와 결단은 다른 문제다. 메시지는 신호일 뿐이지만, 결단은 책임을 동반한다.
 서울은 단순한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다. 수도이자 정치적 상징 공간이다. 특히 지금처럼 보수 정치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은 사실상 마지막 정치적 거점에 가깝다. 만약 서울까지 민주당에 넘어가게 된다면 입법, 행정, 지방 권력 대부분이 한 정치세력에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라 정치 균형을 지탱하는 마지막 축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세훈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보수 진영에서 전국적 인지도를 갖고 있고, 실제 행정 경험과 정책 성과를 가진 몇 안 되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출마 여부는 개인 정치인의 진로 문제가 아니라 보수 정치의 전략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오세훈 정치에는 한 가지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중요한 정치적 갈림길에서 스스로를 지나치게 신중하게 보호하려는 경향이다. 일종의 '온실 속 화초'처럼 안정된 환경에서 정치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평가가 오래전부터 따라다닌다.
 이 성향은 이미 한 차례 결정적인 장면에서 드러난 바 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오 시장은 유력한 잠재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됐지만 결국 출마하지 않았다. 명분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위험한 승부를 피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승산이 확실하지 않다면 판에 들어가지 않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정치에서 신중함은 미덕일 수 있다. 그러나 지도자의 신중함이 지나치면 책임 회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정치적 위기 국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 보수 진영이 처한 상황이 바로 그런 경우다. 정치 세력 자체의 존립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안전한 계산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결단이다.
 물론 오 시장이 망설이는 이유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 서울시 의회가 민주당 다수로 구성될 상황에서 또다시 '식물시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1년 무상급식 논란 이후 시장직을 사퇴했던 경험도 정치적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정치인은 누구나 과거의 실패에서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더욱 결단이 필요하다. 한 번의 정치적 실패 때문에 다시 위험을 피하는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경험이 아니라 정치적 굴레가 되고 만다. 지도자는 과거의 실패를 피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선택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정치의 상징성이다. 지금 보수 지지층이 보고 싶은 것은 완벽한 승리 전략이 아니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태도다. 이기든 지든 싸워보겠다는 정치적 의지다. 정치에서 지도자가 보여줘야 할 것은 계산이 아니라 용기다.
 서울시장 선거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역시 중요하다. 만약 오세훈이 선거에 나와 보수 진영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면, 그 자체로 정치적으로 강한 메시지가 된다. 반대로 출마 자체를 포기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메시지가 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보수 정치의 사기를 크게 흔들 가능성이 있다.
 정치는 언제나 불확실한 싸움이다. 확실한 승부만 골라 싸우는 정치인은 안정적일 수는 있어도 지도자가 되기는 어렵다. 지도자는 위험한 순간에 판에 서는 사람이다. 지금 보수 정치가 요구하는 것도 바로 그 결단이다. 서울이라는 마지막 무대에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판 밖에서 상황을 지켜볼 것인가. 그 선택은 결국 오세훈 개인의 정치적 운명뿐 아니라 보수 정치의 방향까지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패배가 아니다. 싸우지 않는 것이다. 지금 오세훈 앞에 놓인 질문도 결국 하나다. 서울이라는 정치의 중심에서 끝까지 싸울 것인가, 아니면 안전한 계산 속에 머무를 것인가. 그 답이 곧 보수 정치의 미래를 말해줄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